[안변의 시사풍경] 예산 낭비성 보도블럭 교체, 이제는 그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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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변의 시사풍경] 예산 낭비성 보도블럭 교체, 이제는 그만해야...
  • 권기상 기자
  • 승인 2023.05.1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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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형진 변호사
▲안형진 변호사.
▲안형진 변호사.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아무리 오만 가지 이유를 대며 아닌 것을 맞는 것으로 하려 해도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시민의 혈세를 효율적으로 써야 되는 것은 당연지사인데, 혈세를 길에 뿌리는 사례 중 하나가 보도블럭 교체 공사이다. 

백이면 백 모든 시민들이 비판과 비난을 가하는 예산 낭비 사례인 보도블럭 교체 공사가 줄기차게 수십 년간 지속되고 있는 현실의 이유와 개선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멀쩡한 보도블럭을 교체하는 이유는 예산 편성 관행과 관련이 있다. 예산은 미리 쓸 양을 정해서 중앙정부 등에서 따오는데 만일 미리 따온 예산을 아껴서 당초 목적을 달성하고도 남긴 경우 칭찬을 받을까. 아니다. 다음 예산 편성 때 인센티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용예산이라고 지적을 받게 되고, 다음 해 예산에는 삭감을 당하게 된다. 

필자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의원실에서 비서관으로 근무한 적이 있는데, 결산 심사 때 각 부처 불용예산을 지적하게 되면 다음 해 예산에서 삭감을 당하게 되니 담당 국장이나 공무원들이 의원실을 찾아와서 통사정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물론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면 불용예산이 많아지면 다른 용도로 꼭 쓰여야 할 돈이 그곳에 배정되는 바람에 다른 사업들이 진행되지 못하기 때문에 불용예산에 대해서 제재를 가할 필요성이 있는 측면도 있다. 

그런데 불용예산에 대한 전반적인 처리가 그러하기 때문에 지자체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든 남김 없이 집행을 하여야 다음 해에 배정을 받고, 감사 지적도 받지 않기 때문에 연말에 예산이 남으면 보도블럭 공사를 하느라 전국에서 난리가 나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보도블럭 100미터를 까는데 드는 예산이 대략 1천만 원 정도라고 하니 세금 내는 입장에서 분통이 터진다. 사실 국가예산 집행이라는 게 내 돈이 아니기 때문에 원래 줄줄 세는 본질이 있다. 안동도 내 돈이라면 시내에도 한참이나 떨어진 저 골짜기 먼 곳에 컨벤션센터라고 지을까! 그래서 작은 정부가 필요하다.

제도 개선이 물론 필요하다. 보도블럭이나 쓸 데 없이 지어져 있는 정자 등 대표적인 낭비성 예산 집행에 한정하여서라도 예산불용이 날 경우 중앙이나 도 차원에서 심사를 해서 이것이 예산을 아껴 써서 그런 것이라면 제재가 아니라 타 용도 예산 내지 재량 예산을 다음 년도에 더 책정해 주는 쪽으로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면 일정 정도 해결될 것이다.
 
그런데 사실 지자체장의 의지만 있으면 해결이 되는 부분이다. 2022년 11월 7일 우범기 전주시장이 확대간부회의에서 “그동안 시민들로 부터 비난을 면치못했던 연말 보도블럭 교체공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도심 곳곳에서 펼쳐졌다”며 “앞으로는 이같은 낭비성 예산 집행 사례는 없어져야 할 것이다. 산하 전 공직자들은 재발방지에 적극 나서달라”고 긴급 지시한 사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세상에서 제일 단단하디 단단하다 한 것이 보도블럭이다. 교체할 필요가 거의 없다. 그런데 중앙에서는 김남국이다, 코인 투기다 다투느라 너무 바빠서 보도블럭 등 낭비성 예산 집행을 막기 위한 제도 정비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내년 총선에서 옳은 인물들을 뽑아서 중앙정치도 바꾸는 한편 각 지자체장들은 전주의 예를 본받아 보도블럭 교체 공사의 관행을 이제는 멈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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