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안동뉴스] 한국국학진흥원은 지난 28일 본원 대회의실에서 경북문화자원 콘텐츠 발굴 및 활용사업의 일환으로, 경북 지역의 전통 사찰에서 판각되고 인경된 서적들의 의의를 재조명하는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날 한국국학진흥원에 따르면 전통 사찰은 조선시대 이전부터 불서 출판과 판각 활동의 중심지로 기능해 왔다. 봉정사·부석사·운문사 등 경북의 유서 깊은 사찰에서는 불경을 비롯한 다양한 불서들이 출판됐다. 사찰에서 불서 간행을 주도한 승려들은 경전 출판에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승려들은 불서 간행에 필요한 목판을 판각하였고, 직접 각수로 참여하기도 하며, 불사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 데도 힘을 쏟았다. 이번 학술대회는 이러한 경상도 사찰의 출판문화가 한국 불교 문화사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그 역사적 의의를 재조명하기 위해 기획됐다.
학술대회서 새롭게 조명된 불서 출판문화 유산
이번 학술대회에는 남권희 명예교수(경북대)의 기조강연을 비롯하여, 박용진(국민대)·이종수(순천대)·리송재(불교문화유산연구소)·박순(경북불교문화연구원)·최경훈(계명대)·석혜영(경북대)·임노직(한국국학진흥원) 등 전문학자 8명의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이들은 경상도 지역의 사찰에서 이루어진 불서 출판 활동을 중심으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다양한 자료를 새롭게 조명했다.
특히, <고려시대 부석사 소장 삼본三本 화엄경華嚴經의 조성과 의의>를 발표한 박용진 교수는 “부석사에 소장된 60권, 80권, 40권 화엄경, 이른바 삼본 화엄경의 고려경판은 혼란스럽던 13세기 중엽 대몽항전기에 조성된 것이다. 이는 국난 극복을 기원하는 불서 간행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경판의 조성은 고려 불교문화의 유산으로, 부석사의 종교적 위상과 화엄종의 영향력을 반영한다.”라고 하여 주목을 끌었다.
경상도 사찰서 꽃피운 서적 출판문화 역사적 의의
경북의 유서 깊은 사찰에서 다양한 서적이 출판되었고, 이는 한국 불교문화의 전파와 보존에 중대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이뿐만 아니라 유학자의 문집까지도 판각하여 출판하였는데, 봉정사, 광흥사와 같은 사찰에서는 불교 경전뿐만 아니라 유학자들의 저서도 출판된 예를 찾아 볼 수 있다.
다양한 기록에서 사찰이 문집 간행을 위한 회의, 문집의 교정, 목판 판각을 위한 준비를 위한 장소는 물론 장판처藏板處 등으로 사용되었다는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은 당시 불교와 유학의 융합적인 문화 교류를 보여준다.
한국국학진흥원 담당자는 “경상도 지역 사찰을 중심으로 한 불서 간행․유통 및 불교문화의 자취는 역사적으로 활발하게 전개되었다”면서, “이번 학술세미나는 경상도의 사찰이 한국 불교 출판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다 깊이 있게 다루는 자리”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