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년 전 반가 조리서 학술세미나 성황...고성 이씨 「음식절조(飮食節造)」
다른 조리서에 비해 저술 연·월·일 정확해, 안동, 전국에서 가장 많은 조리서 발견
[안동=안동뉴스] 고성 이씨 간서가(澗西家) 후손인 이재업 씨(67세)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조리서 「음식절조(飮食節造)」의 학술세미나가 28일 오후 2시 안동문화예술의전당 국제회의실에서 열렸다.
「음식절조(飮食節造)」는 가로 8.5cm, 세로 12cm의 손바닥 정도 크기로 된 한글 고어체 수진본 형태로이재업 씨의 8대조인 북정(北亭) 이종주(1753~1818)가 평소 풍류객으로 음식에 관심이 많은데다 명문가 전주 류 씨 출신의 그의 부인 또한 음식에 조예가 깊었는데 집안의 이러한 음식가풍을 손자 이정룡이 정리해 엮은 조리서이다.
「음식절조」에는 총 75종의 음식이 실려 있는데 음식조리법이 46종이고 술제조법이 29종이다. 종류별로는 한과·떡·찜·탕·김치·간장·식초 등이다. 특히 이 고조리서에는 다른 고조리서에서는 보이지 않는 향온주·하일주·보리청주·된벽향주·자하주 등의 독특한 술 제조법이 실려 있어 향후 가양주 개발에 귀중한 자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세미나에 앞서 학술행사를 주최한 안동문화원 이동수 원장은 “전국 고조리서의 대다수가 경상북도에 밀집해 있고, 그중 대부분은 안동에서 발견됐다. 고조리서는 명문가 접빈객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안동이 중심이 되는 것은 극히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이번 음식절조의 발굴로 안동의 전통문화 품격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기조강연에서 한복려 재단법인 궁중음식문화재단 이사장은 '한국 고조리서의 발견과 재현 그리고 「음식절조」'라는 주제발표에서 "「음식절조(飮食節造)」는 안동 장씨 가문의 한글 최초 조리서 「음식디미방」과 한국 최초 요리서인 광산 김씨 예안파의 「수운잡방」, 의성 김씨 청계공파의 「온주법」과 함께 종가음식연구와 전통음식 변화 연구에 중요한 표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김귀영 경북대학교 명예교수는 '1800년대 조리서 「음식절조」의 의미와 내용'에서 "다른 조리서에 비해 저술 연·월·일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조리서"라며 "155년 전의 고성 이씨 간서가문의 음식, 안동지방의 음식, 조선시대 반가의 음식과 식문화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가치를 부여했다.
이외 임노직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의 '안동 고성 이씨의 문예', 박록담 한국전통주연구소장의 '2020년 「음식절조」에 수록된 주방문의 의미', 안귀남 상지대학교 연구교수의 '19세기 「음식절조」의 국어학적 연구'라는 주제발표가 이어져 학술적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음식절조」 주해까지 펴낸 이재업 씨는 "간서공께서 이것을 정리한 것은 조부로부터 훈육돼 온 유풍을 실천한 것일 수 있다는 점에서 후손의 입장에서 더욱 가치를 느낀다."며 "전문가들의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이러한 기록은 반가에서 드문 것이어서 특별한 가치가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의미를 전했다.
한편 행사에는 이철우 경북도지사, 권영세 안동시장을 대신한 박성수 안동부시장, 김호석 안동시의회의장, 이동수 안동문화원장 등 각 기관장들과 안동지역 각 문중 종손과 종부들이 성황을 이루어 새롭게 내놓은 고조리서에 대한 관심을 가늠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