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결에 듣다 - 봄

2013-04-08     오경숙 기자
 

-온종일 봄을 찾아도 봄은 보지 못하고 지팡이 짚고 구름 싸인 곳까지 거의 올라갔다가 돌아올 때 혹시나 매화가지 당겨보니 여기에 모든 봄이 모여져 있는 것을-

이곳은 요즘 봄을 찾으러 온 손님들로 가득하다.
얼마 전 매화가 온 산을 향기롭게 가득 메우더니 그 뒤를 벚꽃이 이어받았다.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도로 가득 차들이 밀리며 가는 모습을 보면, 이곳 주민들에게는 늘 보는 꽃이 그들에게는 길이 막히고 답답한 수고로움까지 감수할 정도로 멋진 봄의 상징인 듯 하다.
사실 이렇게 이야기 하는 필자도 몇 년 전 만 해도 그런 생각을 가졌었다.

봄이 이곳에만 오는 것은 아니다.
도심에도 분명히 오는 봄인데 봄의 생명력을 느끼기엔 도시는 많이 부족한가 보다. 하지만 정작 와보면 꽃만큼 다시 사람들과 차들에 둘러싸여야 한다.
주민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은 제대로 봄과 꽃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처럼 늘 마을 어귀를 오고 가면서 그곳에 있는 나무가 꽃봉오리를 맺고 피려고 하는 그런 순간들을 보지 못한다. 오전 오후가 다르게 꽃이 하나 둘 터지듯이 피어나는 고요한 순간을 알지 못한다. 사람의 소리로 방해받지 않는 고요한 꽃의 향기를 느껴보지 못한다.

마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우리도 늘 행복을 찾고 즐거움을 찾으며 자유로움을 추구한다.
무언가를 배우는 것, 물질에 대한 갈망, 사람에 대한 집착 등도 어찌 보면 행복 하고 싶고 즐겁고 싶고 한순간은 자유롭고 싶고 외로움을 잊고 싶어서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타인이나 밖에서 구한다고 얻어지는 것인지.......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처럼 봄은 어디에나 있는데 또다시 봄을 찾아 나서는 그런 경우가 아닐까. 막상 봄을 찾아 와보면 그 봄은 완벽하지 않다.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은 시선을 자신으로 돌리지 않으면 결코 채워지지 않을 것이다.
물론 많은 마음의 훈련이 필요하겠지만 내 곁에 있는 모든 것들에게서 봄을 찾고 현재에 만족하며 행복을 발견하려는 마음을 키워보는 것은 어떨까.
앞으로도 살아가면서 늘 감정의 소용돌이에 다시 들어가고 빠져 나오기를 반복하겠지만 평소의 작은 마음의 훈련이 점점 더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의 7情에서 진정 자유로워지는 길이 되리라 생각한다.
세상 속에서 방황하는 우리 모두에게 꽃비가 내리는 봄날, 각자의 마음에 아름다운 꽃비가 내리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