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고교 시험지 유출…교사·학부모 공모에 시설직까지 연루

야간에 침입해 시험지 절취 정황…경찰 수사 확대·교육청 긴급 대책 착수 평가 공정성·학교 신뢰 흔든 충격 사건…제도적 보완 요구 커져

2025-07-15     권기상 기자
▲안동 경찰서 전경(사진 안동뉴스DB)

 

안동의 한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전직 기간제 교사와 학부모가 공모해 시험지를 절취한 정황이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해당 교사와 학부모는 시험 기간 심야 시간대를 노려 수차례 학교에 침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내부 공모 정황과 금전 거래 의혹까지 더해져 파장이 커지고 있다.

안동경찰서는 13일, 건조물침입 혐의로 전직 기간제 교사 A씨(30대)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신병을 확보하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또 함께 학교에 들어간 학부모 B씨(40대)는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이들의 침입을 도운 학교 시설 관계자 C씨(30대)도 같은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이들은 지난 4일 오전 1시 20분경 안동시 소재 한 일반고등학교에 무단으로 들어간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학교 경비 시스템이 작동하며 이들의 침입 사실이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의 학교 침입을 도운 학교 시설 관리자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이들이 과거에도 유사한 범행을 저질렀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빼돌린 시험지를 B씨의 자녀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학생은 이 학교 재학생으로 평소 상위권 성적을 유지해 왔으며, 시험 전 시험지를 확보한 것이 성적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단순한 침입 혐의를 넘어 시험지 유출, 내부 공모, 금품 거래 등 다각적인 범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라며 "관련자 진술과 증거 확보가 마무리되는 대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북도교육청은 즉각 긴급 대책에 착수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도내 일반고의 평가 보안 실태 전반을 점검할 예정"이라며 "관련 교원은 징계 양정 규칙에 따라 엄중하게 처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이 개인의 일탈을 넘어 내신 시험의 구조적 취약성과 교육 공동체의 도덕적 붕괴를 드러낸 사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학생 평가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점에서 제도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교육전문가는 "학부모와 교사가 공모하고 내부 관리자가 방조한 사건은 전례 없는 충격"이라며 "시험지 보관 및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