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부정행위 의심받은 여고생 끝내 극단적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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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부정행위 의심받은 여고생 끝내 극단적 선택
  • 이구호 객원기자
  • 승인 2021.06.1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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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 허가 없이 학교밖으로 나간 경위 조사
▲유족 측이 공개한 여고생의 반성문.
▲유족 측이 공개한 여고생의 반성문.

[안동=안동뉴스] 지난 10일 안동의 모 여자고등학교에서 쪽지 시험인 수행평가를 치르던 중 부정행위를 했다고 의심받은 학생이 학교 인근 아파트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14일 안동경찰서와 유족 등에 따르면 이 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A양은 이날 오전 1교시 영어 수행평가 중 교사로부터 커닝을 의심받아 교무실에서 반성문을 쓴 뒤 학교 밖으로 나와 인근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졌다.

이날 영어교과 수행평가는 팝송에 대한 감상문을 영문으로 세 문장 작성하는 것이었다. 평가 도중 교사는 A양의 책상 서랍 속에서 영어로 적힌 쪽지를 발견하고 부정행위를 의심하게 됐다.

당시 A양은 현장에서 부정행위를 부인했지만, 교사는 이어지는 2교시 수업에 불참시키고 교무실에서 반성문을 쓰게 했다. 이 과정에서 "내 수업에 들어오지도 마라"는 등 다소 과격한 언사도 있었다고 전해졌다.

A양은 반성문에 영문 세 문장을 쓰고 "수행평가지에는 이 문장이 없다. 그런데도 0점 처리된다면 받아들이겠다"라고 썼다. 뒷장에는 '사건경위서'라는 제목 아래 "수행평가 중 커닝을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할 말이 없고 무척 죄송합니다. 저는 이제 아무 가치가 없습니다. 저에게 주신 기회를 모두 다 썼습니다. 저에게 실망 많겠지만 죄송합니다"라고 썼다. 

그리고 홀로 남겨진 교무실을 나와 학교 정문에서 "문구점에 다녀오겠다"며 경비원에게 말한 뒤 외출증이 없음에도 학교 밖으로 나갔다. 

이에 대해 유족들은 A양이 중간고사에서도 학년 6등을 했었으며, 이날 영어 수행평가는 A양에게는 매운 쉬운 난이도의 평가였다고 전했다. 또 A양이 부정행위를 했다고 의심받은 상황에서 해명할 기회나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고, 억울한 심경을 해소하지 못하고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학교측은 사건과 관련해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입장 표명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경찰은 교사와 학생을 상대로 사건의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 기사들에는 고인에 대한 명복을 빌며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한 성토의 댓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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