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변의 시사풍경] 시민 힘들게 하는 안동국제컨벤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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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변의 시사풍경] 시민 힘들게 하는 안동국제컨벤션센터
  • 권기상 기자
  • 승인 2023.10.20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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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안형진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그 뒤 아무리 단추를 열심히 끼워도 잘 되기가 어렵다. 안동국제컨벤션센터가 그렇다. 사실 기존에도 안동국제컨벤션센터를 두고 불만은 있었지만, 정면으로 비판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었다. 시민들, 공무원들도 끙끙 앓아만 왔는데 이제는 옳은 소리를 해야 한다.

첫 번째, 안동국제컨벤션센터는 컨벤션센터의 기본 개념인 집약성과 접근성을 무시했다. 컨벤션센터의 핵심은 관공서, 호텔, 쇼핑, 식사, 관광 등 모든 것이 집적화되어 서로 모여 있고, 접근성이 가장 좋은 곳에 위치시킨다는 것이다. 

서울, 대구, 부산 그 어느 곳을 보아도 대도심 중심의 가장 좋은 곳에 컨벤션센터를 위치시킨다. 회의를 하고 그 주변에서 식사, 숙박, 쇼핑, 관광 등이 모두 해결되는 이른바 컨벤션 효과를 노리는 것인데, 안동국제컨벤션센터는 그 주변에 식사, 숙박, 쇼핑 무엇 하나 해결되는 것이 없다. 도청 신도시나 안동 원도심, 안동 옥동 번화가 등 지역 중심지로부터도 굉장히 먼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지역 주민들과 공무원들조차 왕래하기 어렵다.

두 번째, 안동 원도심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필자는 안동에서 일하며 살다 보니 안동 원도심에 있는 식당, 상가, 노점 등을 자주 가는데, 여론을 들어보면 그렇지않아도 죽을 지경인데 더 죽을 지경이라는 하소연이 너무나 많다. 

그렇다면 각종의 행사를 안동 원도심에서 해야 하고, 각종의 큰 시설을 원도심에 건축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동컨벤션센터는 원도심에서 멀고도 먼 곳에 지어놓아 문제이고, 원도심의 경제력을 분산시켜서 문제인 것이다.

세 번째, 안동국제컨벤션센터를 지어놓고 나서도 문제가 크다. 적자 운영 때문에 안동시에서 적자 보전용으로 매년 들어갈 예산에 대한 비판은 시의회, 언론에서 매번 지적되어서 이제 귀가 닳을 지경이지만 그보다 큰 문제가 있다. 

안동국제컨벤션센터의 활성화를 위해서 굵직굵직한 행사들이 모두 그리로 가버린다는 점이다. 최근에 열린 안동소주 관련 행사, 곧 열릴 창업경진대회 등이 모두 안동국제컨벤션 센터에서 열리거나 열릴 예정이다. 행사 기획자, 참가자, 지역주민들 모두 먼 거리를 가고 오다가 진이 다 빠지고, 상인들도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치권에서는 안동 주민들, 원도심 상인들의 하소연이 들리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건물을 부술 수도 없고, 난망하지만 방향성은 옳게 잡아야 한다. 많은 행사를 유치하되, 행사 위치를 시민들이 다니기 쉽고, 방문객들도 여러모로 편리하고, 지역 상인들도 반기는 구 역사 부지를 포함한 안동 원도심 내지 안동문화관광단지에서 하는 쪽으로 정리하는 것이 현 상황에서는 타당하다. 그러면 저 큰 건물을 계속 비워두는 반론도 가능하다. 이에 대하여는 큰 건물 살려보자고, 시민들이 불필요한 불편과 고통을 감내해야 하냐라는 재반론이 가능하다.

안동국제컨벤션센터를 보면, 이래서 시민들이 정치권을 잘 감시해야 하는구나라는 점을 통감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수천억이 넘는 예산을 쓴 사업이고, 시민들과 언론의 비판이 들끓는데 누구 하나 사과하지 않는 기존 정치권을 보며 씁쓸한 생각마저 든다. 정치권 세대 교체와 세력 교체가 절실한 이유, 바로 안동국제컨벤션센터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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