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상 처음 ‘유가(儒歌)’ 만든 안동청년유도회 김희철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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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상 처음 ‘유가(儒歌)’ 만든 안동청년유도회 김희철 회원
  • 권기상 기자
  • 승인 2021.10.01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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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현대인들에게 위로가 되는 음악 되길~"

지난 9월 28일 서울 성균관 명륜당에서 제1회 유교문화축제 ‘인류의 사표, 공부자탄강 기념식 및 유교문화축전’이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서 찬불가, 찬송가와 같이 찬유가라 할 수 있는 ‘유가(儒歌)’가 사상 처음으로 공개되어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유가음악을 제작한 주인공 안동청년유도회 김희철 회원을 만나 그 배경을 들어 보았다. [편집부]

▲불교의 찬불가, 기독교의 찬송가가 있듯 유교에도 찬유가(讚儒歌)를 만든 안동청년유도회 김희철 회원.
▲불교의 찬불가, 기독교의 찬송가가 있듯 유교에도 찬유가(讚儒歌)를 만든 안동청년유도회 김희철 회원.

- 먼저 유가음악이 처음 만들어져 공연됐다. 사람들의 반응과 행사장 분위기는 어떠했는지?
당초 대규모 행사로 기획되었지만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해 최소인원으로 개최됐다. 행사를 지켜보던 각 종단 대표들은 유교의 새로운 시도에 대해 상당히 주목하는 눈치였고 각 향교, 유림단체에서 참석한 분들은 그동안 현대인의 정서에 맞는 우리 노래가 없어 아쉬웠었는데 이제 유학을 내용으로 하는 노래가 대중적으로 불리어 질 수 있다는데 대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 유림 사회는 물론 일반대중에게는 많이 생소한데 유가음악이 무엇인지.
불교에는 찬불가가 있고 가톨릭, 기독교에는 찬송가가 있듯이 찬유가(讚儒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유학은 종교라기보다 학문에 가깝고 늘 치우침을 경계하고 자신을 성찰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신을 찬양하는 것 처럼 찬유가라고 이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선비의 노래 ‘儒歌’라고 한 것이다.
덧붙이자면 음악과 유학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예(禮)는 인간 사회의 바른 질서와 배려를 의미하고 악(樂)은 사회의 조화, 곧 화목을 의미한다. 공자는 논어 태백편에 “흥어시(興於詩) 입어예(立於禮) 성어락(成於樂)”이라 해서 “시에서 일으키고 예에서 세우며 악에서 완성한다”고 예악을 강조했으며 이상사회 구현과 심신수양의 과정으로 이해할 정도로 중시했다. 예악을 복원했던 세종대왕의 종묘제례악이나 시조, 가사 등이 이러한 목적에 부합하는 음악이라 할 수 있다.

▲ 지난 9월 28일 서울 성균관 명륜당에서 열린 제1회 유교문화축제에서 ‘유가(儒歌)’가 사상 처음으로 공연됐다.(사진 김희철 제공)
▲ 지난 9월 28일 서울 성균관 명륜당에서 열린 제1회 유교문화축제에서 ‘유가(儒歌)’가 사상 처음으로 공연됐다.(사진 김희철 제공)

- 전통적으로 선비들이 즐겨 부르던 정가, 시조들이 있었다는데 유가 음악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다면.
옛 선비들은 심성을 수양하기 위해 수준 높은 시와 정중한 곡조가 어우러진 정악(正樂)을 즐겼다. 문제는 현대인들의 정서와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전통을 보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옛것만 고집한다면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결국 사회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기회조차 저버리게 되는 것이다.
음악은 민족정서를 담고 시대에 따라 유행을 달리하고 있다. 궁중음악이나 제례악의 경우 엄숙함의 극치라면 일반 백성들의 음악에는 해학과 풍자가 넘쳐난다. 이번에 공개된 유가음악은 현대인들의 보편적 정서와 삶의 가르침이 되는 유학적 내용을 대중적인 음률과 곡조로 만든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유림단체 활동을 하면서 이러한 음악의 필요성에 대해 깊이 느끼던 중 2016년 성균관청년유도회 창립 40주년을 맞게 되었고, 당시 사무부총장으로 창립 40년사 출간과 기념식, 유가음악 등을 기획했었는데 유가음악은 제작을 해놓고도 발표를 하지 못하고 임기를 마쳤다.

▲제작된 유가 5편 중 '군자유삼락' 악보.(자료 김희철 회원 제공)
▲제작된 유가 5편 중 '군자유삼락' 악보.(자료 김희철 회원 제공)

- 모두 몇 곡을 제작했는지 노래를 소개 해 준다면.
5년 전인 지난 2016년 유가음악을 처음 선보인다는 점을 고려하여 다양한 세대와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표본이 되는 5곡만 제작을 했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 가족사랑과 자존감을 높일 수 있도록 밝고 경쾌한 풍으로 구성한 유아용 노래 ‘나는요’, 사자소학 효행편의 내용으로 아동용으로 구성한 ‘사랑합니다’, 논어 학이편 첫 구절 ‘군자유삼락’, 군자유삼락은 유교 경전에 기초한 노래의 모형을 제시한 것이다.
그리고 조선중기 31세 젊은 나이로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삼은 미투리와 남편에 대한 그리움이 담긴 애절한 원이엄마의 편지를 모티브로 현대사회에 사라져가는 부부의 정과 가족사랑을 되새기게 할 노래 ‘미투리’,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춘추전국의 혼란이 계속되자 좌절하며 “구이(九夷 지금의 우리나라)땅에서 살고 싶다”고 했던 공자의 인간적인 고뇌와 우리 민족의 문화를 엿볼 수 있도록 내용 구성을 한 ‘인자의 나라’를 제작했고 이후 몇 곡을 더 제작하다 미완에 그쳤다.
이번 행사에는 김희철 작사, 임교민 작곡의 ‘군자유삼락’과 ‘인자의 나라’, 최영갑 작사, 신혜영 작곡의 ‘선비라네’ 총 3곡이 올려졌다.

▲제작된 유가 5편 중 '인자의 나라' 악보.(자료 김희철 회원 제공)
▲제작된 유가 5편 중 '인자의 나라' 악보.(자료 김희철 회원 제공)

- 이번에 합창공연을 통해 발표하기까지 과정은.
당시 성균관청년유도회중앙회장이던 임대식 회장에게 유가음악의 필요성과 구상을 설명하고 5곡을 제작했지만 끝내 발표회를 갖지 못하고 임기를 마치게 되어 아쉬워하던 중 성균관에서 이번 유교문화축제 행사에 발표하자는 제안이 왔다.
지난 5년간 묻혀있던 유가음악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되고 성균관에서도 이번 발표를 시작으로 각 향교와 유림단체에 음악을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듣고 흔쾌히 함께하기로 했다. 후에 들은 바로는 손진우 성균관장님이 그간의 사정을 듣고 매우 뜻 깊은 사업이라며 적극적으로 공연할 것을 지시하고 전국 각 향교에서 합창 단원을 추천받아 연습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 앞으로 계획과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유학은 우리 삶 속에 오랫동안 삶의 지침이자 학문적 근거로, 가치관으로 자리해 왔다. 이제 그 유학이 노래로 만들어져 예의염치가 무너지고 인간성 상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인간 본연의 의미를 되새기고 코로나로 더욱 각박해진 우리 삶에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앞으로 당초 계획했던 나머지 곡들을 하루빨리 완성해 유림사회의 단합과 사문진작에 기여할 수 있었으면 한다. 끝으로 유가음악이 세상에 나오기 까지 믿고 지원해 주신 손진우 성균관장님과 임대식 전 성균관청년유도회중앙회장님, 그리고 합창단을 구성하고 발로 뛰었던 황미숙 성균관여성유도회중앙회장님,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애정을 갖고 참여해주신 합창단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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