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변의 시사풍경] 안동 지역언어 소멸 막기 위해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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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변의 시사풍경] 안동 지역언어 소멸 막기 위해 나서야 한다
  • 권기상 기자
  • 승인 2023.06.2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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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안형진
▲변호사 안형진.
▲변호사 안형진.

“곽중에 내려오디만 선거가 가차버 지니 운짐이 달아서 마이 댕기디더”, “마구다 요새 마이 쪼채니껴?”라는 말이 생뚱 맞을 수 있다. 

갑가지 내려오더니 선거가 가까워 지니 속이 타서 많이 다니더라, 모두가 요사이 많이 여유가 없고 쫓깁니까? 정도 의미가 될 것인데 우리 안동을 비롯한 인근 지역언어(이하 안동권 지역어)의 예시를 든 것이다. 

이처럼 안동권 지역어는 억양, 어휘, 어미, 발음 성향에서 그 특색이 매우 강렬하다. 우리의 이런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지역언어가 소멸의 길로 들어서고 있어서 그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서 알아본다.

우선 일각에서는 촌스럽고 이상하기도 한 안동권 지역어가 뭐 그렇게 중요하나라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주민간의, 세대간의 친근감 형성과 소통에 기여하는 한편 그 말 자체로 아름답고, 우리말 변천과 고어(古語) 연구의 자료가 되며 언어적, 문화적 다양성을 유지시킬 수 있어서 지역어는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

그렇다면 이토록 소중한 지역어가 왜 소멸하고 있을까. 지역어는 멀리 하고 표준어를 써야한다는 표준어 우위의 정책이 사회 전반적으로 만연하기 때문이다. 

학교 교육이나 공식 석상에서는 전혀 사용되지 않고, 지역어는 수준이 낮거나 촌스럽다는 이미지가 강해서 나이가 어릴수록 거의 쓰지 않는 언어가 되고 있다. 심지어 지역의 언어를 쓰면 웃음거리가 되기도 한다. 특히 방송 등 이성적인 담론의 장에서는 더욱 쓰면 안되는 말인 것처럼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런 사회적 흐름은 옳지 않다. 어느 지역의 언어가 서울의 지역언어보다 열등하다고 인식되거나 웃음거리가 되어서는 안된다. 예전에 특정 인종이나 나라에 대해서 열등하거나 웃음거리처럼 대하는 흐름이 있었는데 이는 명백한 역사적 과오이듯이 지역 언어의 정당한 위치에 대해서 재논의해서 위상을 회복해야 한다.
 
우선 학교 교육에서 지역언어의 다양성과 존중, 자부심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 지역어는 서울말 못지 않게 자랑스러운 것이며 소중한 문화 유산이기 때문에 잘 계승하고 발전시키고, 적절한 장소, 시간 및 경우에 쓰는 것은 칭찬받을 일이라는 점, 지역 언어를 쓴다고 깔보는 행태는 잘못된 것임을 서울을 포함한 전국에서 확실히 교육시켜야 한다.

둘째, 사라져 가는 지역어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 및 활용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사투리 경연대회 등 오락성 행사는 있지만, 국가 차원의 진지한 연구와 지원은 없는 실정이다. 

국회는 「지역언어 보전 및 활용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서 지역언어가 표준말 못지 않게 중요한 문화자원이며 소통의 수단이라는 점을 천명하고, 지역언어에 대한 연구와 활용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실례로 강원도 강릉권 지역언어의 경우 국립국어원장을 지낸 이익섭 서울대 명예교수가 사비를 털어 강릉방언자료사전이라는 방대한 저술을 펴낸 바 있는데, 이러한 일을 이제 개인에게 맡겨둘 것이 아니라 국가가 나서야 할 필요성이 있다.
 
언어라는 게 쓰이지 않으면 사라져 버린다. 안동권 지역어가 생명력을 더 잃기 전에 언어적 심장 제세동기를 이용해 일단 맥박을 살리고, 건강을 회복하도록 지역의 학계, 정치권이 이제 나서야 한다. 안동 공기 팔아먹는다고 연구용역 주는 것보다는 더 시급하고, 현실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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