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줄에 걸린 영양수액에 작은 위로 얻어
화재성금 3천만원도 대한적십자사에 전달

하얀 민들레꽃, 제비꽃, 의성대형 산불 화마가 지나간 의성군 점곡면 운암 1리, 봄은 발아래부터 오고 있다.
동서남북 사방의 산을 덮친 산불이 결국 점곡면 운암리 마을까지 삼켰다. 화마가 지나간 지 십 여일이 지났지만 아직 불길은 운암 1리 40여 호 마을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계속 일렁거렸다.
스물하나에 운암 1리로 시집와 70년을 살아온 김갑녀씨(89). 닥쳐오는 불길로 마을사람들에 의해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고 몸만 피난 나와 점곡체육관에서 3일, 초등학교에서 하루를 보내고 4일 만에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이제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이때부터 김갑녀씨는 홧병이 생겼다고 한다. 가슴이 울렁거리고 심장병도 도진 것 같다는 것을 임종우 성소병원 의료봉사단 정신건강의학과 과장에게 진단을 받고 마음이 더 울적해졌다. 약 처방과 영양제 수액을 맞고 비타민 한통을 받아 돌아가는 그녀의 발걸음이 무겁다.
올해 63살, 자신은 청년이라는 이운희 운암 1리 이장은 마을 사람들이 모두 피난가고 난 뒤에도 소방대원들과 함께 마을로 내려오는 산불과 싸워야 했다.

이운희 이장은 지난 4월 16일(수) 오전 10시부터 마을 경로당에서 안동성소병원 의료진 20여명이 봉사한 무료 진료에 ‘나는 괜찮으니 어르신부터 진료를 봐달라며 마지막까지 자신의 진료를 미뤘다. 63년 세월 운암 1리에서 살아온 그도 몸과 마음이 상했지만 마을 어르신부터 챙겼다.
안동성소병원은 이날 점곡면 운암1리와 사촌리를 찾아 내과와 외과, 재활의학과, 신경정신과 진료과장 등 5명의 전문의와 간호사와 임상심리상담가 등 20여 명의 의료진이 의성군 점곡면 운암리와 사촌리 두 마을 70여 명을 무료로 진료했다.
경로당 거실과 큰방을 가로지른 빨래줄에 영양수액을 임시 걸이대로 사용하면서 한번에 10여 명씩 일곱 차례에 걸쳐 영양제가 들어간 수액을 놓았다.
마을 경로당 사랑방이 병원 주사실 기능을 맡은 것이다.

한편 이날 안동성소병원에서는 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성금과 병원 경영진이 보탠 3천만 원을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회장 김재왕)에 화재피해 지역 성금으로 전달했다.
김종흥병원장은 ‘막상 화재현장을 둘러보니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안동성소병원 의료진과 직원들이 함께 무료 진료를 하고 성금을 전달하는 일 등 이런 작은 봉사활동은 116년간 지역민들께서 성소병원에 보내주신 깊은 사랑을 조금이라도 돌려드리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