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란 우산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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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란 우산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쓰는 것!
  • 오경숙 기자
  • 승인 2012.10.12 1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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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20대 초반 친구를 따라 대구 범물동 장애인분들이 계시는 아파트로 자원봉사를 간 적이 있다. 청소를 한 뒤 반찬을 만들어 상을 차려 드리고 나오려 하는데 장애인 분이 “아가씨! 같이 먹고 가면 안돼요?”하고 물으셨다.

비위가 약하다보니 도저히 같이 먹을 수가 없어 거절하고 돌아왔었고 그 다음 주말에 시장을 봐서 또 그 댁에 갔더니 그 분은 환한 미소로 반기시며 “오늘은 먹고 갈 거지?” 하셨지만 나는 여전히 자신이 없어 점심을 먹고 왔다는 거짓말을 했었다.

같이 밥을 먹어야하는 상황을 넘기긴 했지만, 죄송한 마음에 가슴을 아파하며 설거지를 하는 사이 주방까지 오셔서 불고기 저며 놓은 것을 봉지에 담아 가져가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며느리가 해 온 건데 자신이 먹어야 얼마나 먹겠느냐며 건넨 것이다. 그분은 중증 장애인이시라 혼자서는 움직일 수가 없었고 왼손만 쓸 수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어떻게 주방까지 오신 것인지 의아함 속에 성의를 무시하면 안 된다며 서운해 하시는 그분을 보며 나는 불고기가 담긴 봉지를 억지로 받아들긴 했지만 도저히 먹을 자신이 없어 ‘하느님, 부처님 죄송합니다.’를 수없이 되뇌며 쓰레기통에 버리고 버스를 타고 올 때 왜 그렇게 가슴이 찢어질듯 아프던지…

그날 밤 꿈에 그분이 내가 불고기 버린 것을 아시고 쓰레기통에 버린 것을 다 먹으라고 혼을 내시기에 놀라 잠을 깨서는 긴장과 죄송한 마음에 식은땀을 흘리면서 다가오는 주말이 괜스레 겁이 났지만 다가 온 주말 나는 용기를 내 평소보다 더 빨리 그 분 댁으로 갔다.

문을 여는 순간 탁자 위 화병에 한가득 소담스런 꽃들이 꽂혀있고, 꽃잎 위에는 “고맙고 감사합니다. 내가 주문해서 샀어요.”라는 메모가 다소곳 놓여 있는 것을 보고 난 그만 왈칵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화장실에서 깨끗이 세수하고 음식을 조리해서 상을 차리고 용기를 내어 “아저씨! 같이 식사해요.”라고 말하자 그 분은 정말 밝고 아름답고 순수한 미소를 지어보이셨다.

그렇게 자원봉사가 뭔지도 모르고 봉사를 시작했고 간사를 지내면서 많은 이용자분들과 해변으로 야유회도 갔으며 경북대학교에서 김광석 콘서트도 관람하면서 많은 도움을 주고받았건만 그분은 지금 고인이 되셨다.

98년 안동에 자리 잡으면서도 시간이 나는 대로 여러 봉사를 이어가면서 장애인복지관과 인연이 된 것은 복지관에 근무하는 지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며, 방문이 잦아지다보니 몇몇 이용자분들과 여러 선생님과도 알게 되고 담당 선생님께서 발마사지 문의를 해주셔서 기꺼이 응하기도 했다.

재활병원 발마사지 자원봉사 기간 중 내가 담당한 분 중에 아주 곱고 예쁜 80대 할머니가 계셨는데, 이제 자식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다던 할머니는 마사지 중에 속곳 주머니를 뒤지더니 몇 개의 사탕과 초콜릿을 꺼내주시며 울음을 터트려 첨에는 영문을 모르는 동료 선생님이 살살 해드리라며 할머니가 아파서 우신다고 농을 하셨다. 물론 할머니는 아파서 우시는 게 아니라 자식도 안 만지는 발을 우리 봉사자들이 헌신적으로 만져주는 게 고맙고 미안해서 우시는 것을 동료 선생님은 이미 알고 계셨던 것이다.

할머니는 워낙 고마웠던지 당신의 통장과 도장을 내밀며 자동차 기름도 넣고 맛있는 것도 사 먹으라고 떼를 쓰시기에 돈 받으려고 이런 일 하는 게 아니라고 했더니 몹시도 서운해 하셨지만 그 후 가끔씩 전화를 걸어오셨다.

이처럼 봉사를 하다가 보면 울고 웃고, 아프고 쓰리고, 슬프고 기쁜 일들이 늘 비일비재 일어남에 나는 봉사란 우산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서로 이해하고 기쁨과 아픔을 함께 나누며 부족함을 채워주고 더불어 사는 마음을 가지고 자원봉사를 실천한다면 우리 사회는 우리 모두가 희망하고 꿈꾸는 행복한 세상이 되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자원봉사는 자유의지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즉 스스로 자, 원할 원, 받들 봉, 섬길 사라는 글자 그대로 '스스로 받들고 섬긴다.'라는 뜻이다. 봉사는 그야말로 자발적으로 남을 돕는 것을 의미한다.

자원봉사자 최미경

▲ 최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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