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씨 고운 연이 처녀 -제비원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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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씨 고운 연이 처녀 -제비원 전설-
  • 김규태 기자
  • 승인 2012.10.3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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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시대, 고창(古昌)이라고 불린 이 곳에는 여관(당시에는 원이라고 했다)이 하나 있었다. 이 여관에 여덟 살 때 부모를 여의고 심부름을 하는 ‘연(燕)’이라는 예쁜 처녀가 있었다.

연이는 인물이 예쁠 뿐 아니라 마음도 고와서 항상 지나는 길손들에게 후대와 적선을 다했다. 방에 불도 따뜻하게 지펴주고, 밥도 후히 담아 주었으며, 빨래까지 빨아주는 연이는 밤늦게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잠자리에 들어서도 곧바로 자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글을 익히고, 내일은 어떻게 하면 손님들을 보다 친절하게 도와드릴까 하는 궁리를 하는 것이었다.

그러는 한편 불심도 대단하여, 새벽에 일어나 청소를 마치고 염불을 해서 지나가는 과객들로 하여금 그 알뜰한 정성과 고운 마음씨에 감격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이웃 마을 총각들도 모두 남모르게 연이를 사모하는 것이었다.

이 원(院)의 이웃 마을에 김씨 성을 가진 부자가 살고 있었는데, 그는 남을 동정할 줄 모르는 성미여서 거지를 보는 대로 내쫓는 고약한 위인이었다. 이렇게 인심 고약한 김씨집의 총각도 연이에게 장가들고 싶은 마음이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이런 부잣집에서 세상 물정을 모르고 자란 총각도 이 착한 마음씨를 가진 연이 처녀만은 감히 호락호락 범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어찌하다가 이 총각이 비명에 죽어 저승에 가게 되었다. 염라대왕이 인사를 받고 한참을 기웃거리며 명부를 뒤적이다가 겨우 이름을 찾아서는 능글맞게 이르는 말이, “아니, 자네는 아직 올 때가 되지 않았는데, 이왕 왔으니 인정이나 좀 쓰고 갈 마음이 없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이에 총각이 대답하기를, “지금 전 가진 것이 없는 걸요”하는 것이었다. 대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엇을 생각하더니, 웃으며 총각을 다시 불렀다.

“이봐, 총각! 자네는 세상에 적악(積惡)한 사람이라 다음에는 소로 환생할 것이다. 자네의 창고는 텅 비어 있지만 자네가 사는 건너 마을의 원에 살고 있는 연이는 착한 일을 하여 창고에 많은 재물이 쌓여 있은 즉, 그걸 좀 꾸어 인정을 쓰고 가렀다”

이 말에 그 총각은 많이 놀랐지만, 다시 살아서 돌아간다는 기쁨에 연이의 재물을 꾸어 쓰고는 다시 세상에 돌아왔다. 돌아온 즉시 총각은 연이를 찾아가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자기의 재물을 나누어 주었다.

이에 연이는 그 재물을 모두 부처님을 위해 쓰리라 마음 먹었는데, 마침 석불이 비바람에 시달리고 있어 도선국사로 하여금 석불을 중심으로 하여 큰 법당을 짓도록 하였다. 이 공사는 막대한 것이어서 5년이란 긴 세월이 걸렀다.

법당을 짓던 마지막 날, 기와를 덮던 와공(瓦工)이 그만 잘못하여 높다란 지붕으로부터 떨어지니, 온 몸뚱이가 마치 기왓장이 깨진 것처럼 산산조각이 되었고 혼은 제비가 되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이에 이 절을 ‘제비사(燕飛寺)’ 또는 ‘연미사(燕尾寺)’라 부르고, 이 곳을 제비원 또는 연비원이라 부르게 되었다.

연이는 그 나이 서른여덟이 되던 해 동짓달 스무 사흗날에 처녀의 몸으로 죽게 되었다. 그 날 저녁에는 온 천지가 무너지는 듯한 큰 소리가 나더니 커다란 바위가 두 쪽으로 갈라지면서 지금의 돌부처가 생겼다고 한다. 돌부처는 연이의 죽은 혼이 변하여 생긴 것이다.

▲ 안동 제비원 미륵불

(제공=안동 제비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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