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격차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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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격차의 시대
  • 박정열 객원기자
  • 승인 2020.09.2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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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잇다 박정열 대표
▲(주)잇다 박정열 대표.
▲(주)잇다 박정열 대표.

바야흐로 빈부격차, 계층분화, 양극화의 시대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이러한 문제로 갈등이 폭증하는 원인 중 하나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끼리끼리 모이는 특성만을 강조하는 온라인 플랫폼의 재설계가 요구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유튜브의 알고리즘이며 카카오톡의 단톡방도 마찬가지다. 가장 심각한 것은 게임이 아닐까 싶다. 

지나친 현금성 아이템들로 인해 계급화가 급속히 이루어지고, 그 안에서의 계급은 권력이 된다. 그것을 통해 재미를 추구하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으로 끝나면 다행이겠지만 그것이 현실 세계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아직 제대로 세상을 배우지 못한 초중등 학생들이 온라인 세상을 통해 계급화를 먼저 배운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 외 SNS나 온라인뉴스 등 온라인에서 접하는 모든 플랫폼에서 계층분화 현상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거기서 빚어지는 갈등이 현실 세계로 튀어나와 각종 사회문제를 일으킨다. 대대적인 캠페인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이러한 문제를 자각하고 온라인시장과 생태계의 정화를 위한 활동들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국내 기업의 경우 네이버와 다음을 비교할 수 있다. 네이버의 경우 뉴스 서비스를 신문사별로 구독할 수 있도록 하였고, 다음의 경우엔 그렇지 않다.


특히 정치적 이슈의 뉴스 댓글을 보면 네이버의 보수적 성향과 다음 사용자의 진보적 성향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네이버가 정치적 성향이 다른 신문사의 뉴스를 사용자 스스로 구독해 볼 수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 본인의 정치색과 잘 맞는 신문사를 선호하여 구독하게 된다. 균형적 관점의 확보를 위해 의도적으로 반대 성향의 신문을 구독하지 않는 한 그러한 경향들이 많은 것 같다.

다음의 경우엔 다소 진보적 성향이 강하며 자체편집 또한 그러한 편이다. 이 부분에선 그나마 네이버의 시스템이 좀 낫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온라인 공간의 대부분을 장악한 두 개의 포털사를 통해 우리 사회의 양극화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창으로 비쳐지고 있다. 네이트가 아직도 서비스되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이다.

정치권에서는 안철수가 국민의 당을 통해 거대 양당구도를 깨고 천하지삼분계를 시도하였으나 용두사미로 끝나버렸고, 그 외 소수정당들의 득세를 위한 여러 방편들이 있었지만 결국엔 더욱 확고한 양당구도가 형성될 뿐이었다.

정치권 이외의 오프라인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부동산을 통한 계층분화가 아닐까 싶다.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월세, 전세, 자가로 나누어 월거지, 전거지라는 말을 쓰며 끼리끼리 뭉치고 따돌리는 학교생활을 한다고 한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 외 우리가 타는 자동차에도 등급이 있고, 개인의 금융과 신용에도 등급이 나뉘어져 있다. 돈이 부족한 서민들은 풀옵션의 자동차를 못 사고 깡통이라 불리는 무옵션의 차를 살 수 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그것이 창피한지 자동차의 뒷부분에 등급을 표시하는 엠블럼을 따로 사서 교체하는 사람들도 있다. 신용등급은 한 번 나빠지면 회복되기가 매우 어렵고 오래 걸린다. 건전한 금융생활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고 신용불량자가 된다. 빈익빈 부익부가 점점 극명하게 커져만 가는 세상이다.

세상의 큰 물줄기를 바꾸기엔 아직 물줄기의 힘이 너무 쎄다. 그 누구도 바꿀 수 없다. 결국 그러한 물줄기를 만든 것이 바로 '우리'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오랜 사고방식은 아직 이분화에 익숙하다. 시스템의 문제를 꼬집기 이전에 우리가 시스템을 그렇게 만들어 온 부분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모두가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진다면 보다 더 균형잡힌 온라인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고, 점차점차, 매우 느리겠지만 격차의 시대는 조금씩 종말을 고하지 않겠나 하는 순진한 희망을 가져본다. 

불행 중 다행히도 지금의 코로나 사태로 인한 세상의 변화는 장기적으로 긍정적 변화가 아닌가 싶다. 아무리 격차의 시대라 하지만, 전염병에는 격차가 없다. 우리의 조물주가 격차의 시대를 해결하고자 네거티브 전략을 고안했나 보다. 어차피 겪어야 할 불편이자 변화다. 변화를 불편하게 생각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변화하자. 더 나은 세상이 될 수도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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