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출신 안상학 시인, 5·18문학상 본상 수상...시집 「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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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출신 안상학 시인, 5·18문학상 본상 수상...시집 「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
  • 권기상 기자
  • 승인 2021.04.27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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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는 뭇 존재들의 삶과 언어에 겸허히 다가가는 시편들에서 심화돼"

[안동=안동뉴스] 안동 출신인 안상학 시인이 제주4.3을 다룬 시집 「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2020)로 5.18문학상을 받는다.

5·18문학상은 오월정신을 계승한 오월문학의 저변 확대를 위해 장르 별로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을 발굴하여 시상하는 국내 신인 문학상으로 지난 2006년부터 시상해 오고 있다. 기성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본상은 2016년 추가 제정됐다.

올해는 5.18기념재단, 계간문학들, 한국작가회의가 공동 주관했다. 한국작가회의 전국 13개지회, 작가, 평론가로 구성된 추천위원 70인이 본상 후보작 9권을 심사했고 최종 두 작품이 공동 수상했다. 공동 수상작은 이시백 장편소설 「용은 없다」이며 올해 본상 수상 작가에게는 상금 1000만원과 상패를 수여한다.

지난 19일 5.18문학상 본상 심사위원회는 안상학 시인의 수상작에 대해 “세상의 저 낮은 곳에서 고통스레 상처받은 뭇 존재와 함께 아파할 뿐만 아니라 저 끝 모를 삶의 심연과 바닥을 응시하며 솟구치는 신생의 정동이 감돌고 있다”면서 “이것은 ‘언어절(言語絶)’의 참화를 겪은 4․3과 5.18, 그리고 세월호의 작고 가냘프고 힘없는 뭇 존재들의 삶과 언어에 겸허히 다가가는 시편들에서 심화되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특히 “4․3문학을 한층 진전시키고 있다”고 강조하며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자연스레 시적 감동으로 노래하고 있다. 좋은 시의 존재 이유를 만난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시인은 새 책에 실린 50편 가운데 4.3 작품으로만 10편 가까이 수록할 만 큼 4.3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 중에서 실존 인물인 故 문상기 중위를 다룬 ‘기와 까치구멍집’은 실존 인물의 행적을 조사하는 노력이 더해져 제주 문학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기와 까치구멍집
안상학

내가 한 일은 다만 
1948년 그 사내가 안동 사람이라는 사실을 증명한 것

제주 도민을 토벌하라는 명령을 내린 지휘관을 암살한,
국군이 국민에게 결코 총부리를 겨눌 수 없다던
대한민국 제1호 사형수 문상길 중위
고향이 어디인지 누구도 알 수 없었던 
역사의 뒤안길에 묻힌 향년 스물셋 사내, 고향은 안동

내가 한 일은 다만 그 사내의 내력을 찾아낸 것

임하댐 수몰된 안동 마령리 이식골 
남평 문씨 종갓집 막내아들, 그 사내가 살던 곳 
그 사내가 떠난 곳,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 곳
사내처럼 사라진 마을, 흉흉한 소문 떠도는 
쉬쉬대며 살아온 일가붙이들 산기슭에 남은 곳

내가 한 일은 다만 그 사내의 사진 몇 장 찾은 것

소년처럼 해맑은 사내의 마지막 웃음  
두 손 철사로 묶인 채 나무 기둥에 결박당한 몸
가슴에는 휘장 대신 표적, 흑백사진 붉은 피는
두 눈 가린 채 목이 꺾인 사내의 최후 진술;
내 비록 미군정 인간의 법정에서는 사형을 받고 사라지나
공평한 하늘나라 법정에 먼저 가서 기다릴 것이다

내가 한 일은 다만 그 사내가 살던 집을 찾아낸 것

당당하게 살아남은 그 사내의 흔적
300년 문화재 기와 까치구멍집 건재한 사내의 생가
수몰을 피해 남후면 검암리로 옮겨 앉은 남평문씨 종가
그를 기다린 40년 고향을 뒤로하고 
1988년 옮겨 앉은 낯선 땅 32년, 기다리고 기다린 
72년 만에야 불귀 주인 소식 전해들은 까치구멍집 

무자년 사내가 가고 72년 만에 내가 한 일은 다만 그의 흔적을 찾은 것일 뿐, 고작 대문간에 막걸리 한 잔 올리고 그의 죽음을 전하는 일이었을 뿐, 그 사이 하늘나라 법정에서 받아놓았을 그 사내의 판결문을 이 집 우체통에 전해주는 일은 그 날 이후 남겨진 모든 사람들의 몫이라고 생각하며 음복주를 마셨다. 경자년 경칩 무렵, 복수초가 까치구멍집 화단에 피어 있는 날이었다.  

 

안상학 시인은 “도민들이 오랫동안 4.3을 위해 애쓰신 것을 옆에서 지켜봤다. 내 시집은 뭍것 가운데 하나로서 미약하게나마 동참하자는 의미로 더한 것"이라며 "이번 기회로 4.3을 기억하는, 기억하려는 모든 제주도민들에게 조금이나마 같이 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안상학 시인은 1962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다. 198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1987年 11月의 新川’이 당선됐다. 시집 ▲그대 무사한가 ▲안동소주 ▲안상학 시선 등을 펴냈다. 고산문학대상(2015), 권정생 창작기금(2016), 동시마중 제2회 작품상(2018)을 수상했다.

5‧18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5월 22일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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