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탐방] 예비사회적기업 '잇다' - ②... 박정열 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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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탐방] 예비사회적기업 '잇다' - ②... 박정열 대표 인터뷰
  • 이구호 객원기자
  • 승인 2021.11.29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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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만의 고유한 소스 활용해 현대적인 감각으로 표현 중요”
“지역 작가들의 플랫폼을 제공하겠다”

21세기 대한민국은 디자인 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디자인 업체와 디자이너들이 경쟁적으로 활약을 하고 있다. 세계적인 아이돌의 의상 디자인에서부터 초등학교 반장선거에 이르기까지 디자이너의 영역은 계속해서 넓어지고 있다.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디자이너로서 생존하는 일은 황무지에서 풍년을 기다리기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지역의 특색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더욱 세련되고, 더욱 다양한 결과물들을 창작해 내야 하기 때문이다. 안동지역의 청년기업, 주식회사 ‘잇다’는 산업디자인, 디자인 기획, 관광기념품 편집샵, 로컬푸드 카페 등의 다양한 업종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어느 것 하나 디자인 요소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 것이 없으며, 그렇기에 ‘잇다’의 박정열 대표는 더욱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역을 고민하고 있는 디자이너 박 대표를 직접 만나 보았다. <편집자 주>

▲안동의 전통과 가치를 바탕으로 미래를 열어가는 예비사회적기업 '잇다' 박정열 대표.
▲안동의 전통과 가치를 바탕으로 미래를 열어가는 예비사회적기업 '잇다' 박정열 대표.

- 어린 시절의 꿈이 디자이너였나요?
원래 꿈은 과학자였으나 미술에도 소질이 있어 고민을 했던 어린 시절이 기억납니다. 보수적 가정환경으로 인해 미술쪽은 꿈도 구지 못했고, 오직 공무원 등 국가의 녹을 받는 직업만 강요당했으나 대학 1학년을 마친 이후 본격적으로 미술과 디자인 쪽으로 전향을 준비했습니다. 부모님 몰래 미대 편입 학원을 다니게 되었고 아르바이트로 학원비를 충당하며 어렵게 준비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 디자이너로서 자신만의 개성이나 추구하는 가치가 있다면?
미니멀리즘 스타일을 좋아합니다. 피카소의 황소 그림이 대표적이죠. 꼭 필요한 요소만으로
핵심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은 빼는 것이란 말도 있어요. 부가적 요소들을 넣는 건 쉽습니다. 그러나 빼는 건 어려워요. 된장찌개를 끓일 때 이것저것 너무 많은 재료들을 넣으면 된장찌개 본래의 맛이 사라져 이상한 찌개가 되는 것과 같습니다. 의미 없는 장식을 빼고 꼭 필요한 요소만으로 디자인을 완성해 나가는 훈련을 오랜 기간 거친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제 디자인들이 대체로 심심하고 심플한 맛이 많이 난다고 하시더라구요.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고집스럽게 저만의 색채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지방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로서 자연스레 지역특화 디자인, 지역특화 콘텐츠를 접하게 되었고 지역만의 고유한 소스를 활용해 현대적인 감각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탈중앙화의 흐름이 디자인에도 미치는 시기가 반드시 올 것이니까요. 물론 당장은 수요가 적지만 미래를 보고 하는 일입니다.  

- 도시에서 안동에 정착하게 된 계기와 정착하면서 느끼는 현실의 한계가 있나?
도시의 각박함에 외로움을 느낀 부분도 있지만 잘 해나가던 사업이 잠시 주춤했던 시기를 버티지 못해 내려오게 됐습니다. 그때 잠시의 기간을 버텨냈어야 했었어요. 물론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지방에도 기회는 있더라구요. 
하지만, 지방의 현실은 매우 어려웠습니다. 디자인에 대한 인식부족, 부족한 인프라가 첫 번째로 느끼는 한계점이었고, 도시 구성원들의 삶의 템포가 많이 다르다는 점도 적응하기 힘들었습니다. 수도권에서는 정말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안동은 수도권에 비해 템포가 느리고 여유로운 느낌이 강했습니다. 나쁘게 표현하자면 ‘대충대충’ 정도가 되겠네요. 덩달아 제 삶도 조금씩 그렇게 변해가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고 성찰을 많이 했습니다.    

- 디자이너로서 바라본 안동은 어떤 도시인가? 매력이 있다면?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안동은 매우 여유롭고 편안한 곳이죠. 조선시대 양반네들의 향기가 아직도 남아있다는 느낌이 강해요. 잠재력이 풍부한 도시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만, 그것이 제대로 발현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랜 세월 너무 편안했던 것 같아요. 태풍도 불고 번개도 치고, 지진도 일어나고 하면서 더 단단한 도시가 되는 것인데 이곳은 너무 오래 정체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정치, 사회 등 여러 가지 분야에서 구조적 문제가 작용했겠지만 저는 조금은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희망과 비전을 가지고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도시가 되길 바랍니다.     

- ‘잇다’의 미래를 위한 준비와 계획이 있다면?
잇다가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체가 되길 바랍니다. 일자리 창출도 많이 하고요. 지역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안동의 매력을 전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산업디자인 전문회사로써 잇다만의 디자인과 철학을 널리 공유할 수 있도록 기틀을 다져나가고 있습니다. 가깝게는 지역 색채를 담아낸 디자인과 상품을 많이 개발하고 직접 판매도 하는 일들을 더욱 탄력적으로 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으며, 지역에 거주하는 작가들을 많이 발굴하여 그들의 콘텐츠와 상품들이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일들이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므로 한 발짝 한 발짝 천천히 나아갈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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