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木조木 보호수-6] 안동 병산서원의 백미 '배롱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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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木조木 보호수-6] 안동 병산서원의 백미 '배롱나무'
  • 권기상 기자
  • 승인 2023.10.06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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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애가 좋아했던 나무, 약 400년 사당 지켜

지난 2022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주목을 받았던 창원 북부리 팽나무로 인해 마을 보호수들이 관심을 받고 있다. 마을의 보호수는 역사·문화적 요소가 응집된 문화유산이자 인문자원으로 정신적 휴식처이면서 치유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한 마을의 역사와 인물, 전설과 문화가 담겨 있는 보호수의 스토리를 연재해 안동의 새로운 콘텐츠로써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안동 병산서원 배롱나무.(사진 권기상 기자)
▲안동 병산서원 배롱나무.(사진 권기상 기자)

- 보호수 지정번호 : 08-04-1
- 보호수 지정일자 : 2008년 4월 7일
- 나무 종류 : 배롱나무
- 수령 : 380년
- 나무 높이 : 8m
- 둘레 : 0.85m
- 주소 : 안동시 풍천면 병산리 30번지

▲서애 류성룡 선생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존덕사 앞 배롱나무.(사진 권기상 기자)
▲서애 류성룡 선생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존덕사 앞 배롱나무.(사진 권기상 기자)

빼어난 산수를 자랑하는 안동의 하회구곡 중 제1곡 병풍바위 병산에는 여름 내 붉은 꽃을 피우는 배롱나무 군락이 일품이다. 약 450년의 역사 속에서도 잘 보존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병산서원을 중심으로 경내·외에 심어진 배롱나무는 서원의 고즈넉함과 어울려 고택의 미를 더욱 빛내고 있다. 

병산서원은 서애 류성룡(1542~1607) 선생이 1575년 선조 8년 풍산읍에 있던 풍악서원을 옮겨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설에 의하면 풍악서당은 하회류씨 세거지였던 풍산읍 상리에 있던 고려시대 교육기간이었다. 고려말 홍건적을 피해 안동으로 몽진길에 오른 공민왕이 풍악서원 앞을 지날 무렵 학동들의 글 읽는 소리를 듣고 사패지(賜牌地)를 내렸다고 한다. 이에 서애 선생이 부친의 삼년 탈상을 마치고 풍악서당을 옮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보호수 배롱나무 표지석.(사진 권기상 기자)
▲보호수 배롱나무 표지석.(사진 권기상 기자)

이후 1607년 서애 선생이 타계한 뒤 그의 제자와 유생들이 위판을 모시는 사당을 세워 학문을 연구하는 강학 공간과 제사를 지내는 제향 공간을 갖춤으로써 1863년 철종 14년 '병산'이라는 사액을 받았다. 그리고 고종 때 흥선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도 헐리지 않고 보존된 전국 47개 서원과 사당 중 하나로,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한국 서원 건축의 백미로 이름나 있다. 

▲오랜 세월 탓인지 굵은 줄기에는 외과수술을 받은 흔적과 옹이, 찢겨진 구멍과 상처들이 보였다.(사진 권기상 기자)
▲오랜 세월 탓인지 굵은 줄기에는 외과수술을 받은 흔적과 옹이, 찢겨진 구멍과 상처들이 보였다.(사진 권기상 기자)

건축의 백미에는 서원 입구에서부터 방문객을 맞이 하는 배롱나무가 한몫하고 있다. 서원 정문인 복례문과 만대루를 지나 입교당에 이르기까지 사방 풍경에는 배롱나무가 색을 곱게 입히고 있다. 특히 존덕사 입구에서 만나는 배롱나무는 고택과 어우러져 극치를 더하고 있다. 서애 선생이 특히 좋아했던 나무가 배롱나무여서 존덕사를 건립 후 식재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배롱나무의 유난히 매끄러운 나무 줄기 표면에 얹힌 세월의 더께는 나무를 더욱 고고하게 보이게 하고 있다..(사진 권기상 기자)
▲배롱나무의 유난히 매끄러운 나무 줄기 표면에 얹힌 세월의 더께는 나무를 더욱 고고하게 보이게 하고 있다..(사진 권기상 기자)

10월 초입에 찾은 배롱나무는 일년 중 7~9월에 꽃을 피우는 특성상 꽃송이보다 푸른 잎들이 무성했다. 오랜 세월 탓인지 굵은 줄기에는 외과수술을 받은 흔적과 옹이, 찢겨진 구멍과 상처들이 보였지만, 유난히 매끄러운 나무 줄기 표면에 얹힌 세월의 더께는 나무를 더욱 고고하게 보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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