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木조木 보호수-7] 안동, 신도청 할배·할매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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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木조木 보호수-7] 안동, 신도청 할배·할매 소나무
  • 권기상 기자
  • 승인 2023.10.23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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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배나무, 동제 지내며 마을의 안녕 기원... 할매나무, 고사해 다시 식재

지난 2022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주목을 받았던 창원 북부리 팽나무로 인해 마을 보호수들이 관심을 받고 있다. 마을의 보호수는 역사·문화적 요소가 응집된 문화유산이자 인문자원으로 정신적 휴식처이면서 치유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한 마을의 역사와 인물, 전설과 문화가 담겨 있는 보호수의 스토리를 연재해 안동의 새로운 콘텐츠로써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경북도청 신도시의 경북예술센터에서 호수공원 2길을 따라 서쪽으로 약 150m 이동하면 오새누리마당이라는 소공원에 보호수로 지정된 할배나무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사진 권기상 기자)
▲경북도청 신도시의 경북예술센터에서 호수공원 2길을 따라 서쪽으로 약 150m 이동하면 오새누리마당이라는 소공원에 보호수로 지정된 할배나무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사진 권기상 기자)

- 보호수 지정번호 : 2017-5-1
- 보호수 지정일자 : 2017년 01월 19일
- 나무 종류 : 소나무
- 수령 : 200년
- 나무 높이 : 10m
- 둘레 : 2.5m
- 소재지 : 안동시 풍천면 갈전리 1719

▲경북도청 신도시의 천년숲 동쪽 도청대로변 달빛마당 소공원에 새롭게 식재된 할매나무.(사진 권기상 기자)
▲경북도청 신도시의 천년숲 동쪽 도청대로변 달빛마당 소공원에 새롭게 식재된 할매나무.(사진 권기상 기자)

전국 어느 지역이나 오래된 나무들을 일컫는 호칭 중에 할배·할매를 사용하는 곳이 많은 것처럼 안동에도 경북도청이 들어 선 곳에 신도시 조성에도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가 있다. 안동시내에서 서쪽으로 약 20여 km 거리의 풍천면 갈전리에는 수령 200년의 소나무가 있다. 지난 2017년 5월 보호수로 지정됐다.

통상 할배나무는 자연의 경이로움과 식물·인문학적 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노거수와 숲을 일컬는 말이다. 안동지역에는 수령 700년의 길안면 용계리 은행나무와 하회마을 만송정 숲 등 모두 7곳이 있다. 이와 달리 노거수인 풍치목에 이와 같은 호칭을 붙인 것이다. 

갈전리에는 동제를 지내는 마을 수호신 당나무를 동민들이 부르는 호칭이다. 하지만 옛 주민들의 증언은 기록과 달리 두 그루의 소나무 중 어느 나무가 할배인지, 할매인지를 정확하게 가리지 못하고 있었다.  

▲갈전1리 옛 마을 입구에 있던 할배나무(좌)와 고사한 할매나무 옛 모습.(사진 『추억속의 화보집』, 경상북도·안동대 민속학연구소)
▲갈전1리 옛 마을 입구에 있던 할배나무(좌)와 고사한 할매나무 옛 모습.(사진 『추억속의 화보집』, 경상북도·안동대 민속학연구소)

지난 1994년 2월 안동민속박물관이 발간한 「안동의 동제」에 따르면 이 마을 할배·할매나무는 남신을 모신 상당과 여신을 모신 하당으로 나뉜다. 상당은 옛 지리를 기준으로 갈전1리 앞 들판에 흙을 쌓아 놓은 작은 둔덕 가운데 당나무로써 높이 10m에 둘레 2.5m의 소나무이다. 이는 안동시가 보호수로 지정한 내용과 유사하다.

그리고 하당은 마을입구에 위치하며 크기는 상당과 비슷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에 반면 동네에 살았던 주민 일부는 보호수로 지정된 상당 소나무를 할매나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기록을 기준으로 신도시가 조성된 현재, 할배나무는 경북예술센터에서 호수공원 2길을 따라 서쪽으로 약 150m 이동하면 오새누리마당이라는 소공원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리고 할매나무는 천년숲 동쪽 도청대로변 달빛마당 소공원에 있으며, 신도시를 조성하면서 고사해 다시 식재됐다고 한다. 할배가 새 할매를 맞이 한 셈이다.

갈전리는 풍천면 북쪽에 있는 마을로 갈대가 무성하게 산천을 뒤덮었다고해서 갈밭, 갈전(葛田), 가을전(加乙田)으로 불리었다. 경북도청 뒷산인 검무산을 배경으로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에 있으며 경북도청이 이전하기 전에는 비옥한 농토가 많았다. 지난 2008년 6월 경북도청 이전지로 선정되면서 1·2·3리 동네 중 3리가 없어졌다.

▲경북도청 뒷산인 검무산을 배경으로 할배나무는 옛 시골 마을 동신제 나무에서 신도시 환경에 맞게 잘 적응하고 있었다.(사진 권기상 기자)
▲경북도청 뒷산인 검무산을 배경으로 할배나무는 옛 시골 마을 동신제 나무에서 신도시 환경에 맞게 잘 적응하고 있었다.(사진 권기상 기자)

동신제는 갈전 1·2·3리가 매년 정월 보름날 밤에 함께 올렸다. 그러나 최근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갈전3리가 해체되고 마을을 지키던 사람들도 이주하면서 지금은 중단됐다.

신도시를 떠난 옛 마을사람들은 당나무를 '동수낭' 또는 '동수나무'라고도 불렀다. 그러나 신격을 구별해서 말할 때는 할배나무와 할매나무로 분리해 지칭했다. 

지난 20일 찾은 할배·할매나무는 예전 모습과 달리 비교적 관리가 잘되고 있는 듯 했다. 특히 오랜 노거수에서 보이는 몸통 외과수술 흔적은 보이지 않고 잘려나간 몇 가지들과 옹이들은 깔끔하게 정리돼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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