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木조木 보호수-3] 안동김씨 세거지 지키는 '삼구정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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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木조木 보호수-3] 안동김씨 세거지 지키는 '삼구정 소나무'
  • 권기상 기자
  • 승인 2023.04.19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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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대보름 재 올리는 풍산 소산리 당산목

지난 2022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주목을 받았던 창원 북부리 팽나무로 인해 마을 보호수들이 관심을 받고 있다. 마을의 보호수는 역사·문화적 요소가 응집된 문화유산이자 인문자원으로 정신적 휴식처이면서 치유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한 마을의 역사와 인물, 전설과 문화가 담겨 있는 보호수의 스토리를 연재해 안동의 새로운 콘텐츠로써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안동시 풍산읍 소산리 삼구정 입구에 있는 보호수.(사진 권기상 기자)
▲안동시 풍산읍 소산리 삼구정 입구에 있는 보호수.(사진 권기상 기자)

- 보호수 지정번호 : 11-14-1-19-1
- 보호수 지정일자 : 1982년 10월 26일
- 나무 종류 : 소나무
- 수령 : 250년
- 나무 높이 : 13m
- 둘레 : 2.2m
- 주소 : 안동시 풍산읍 소산리 75

▲안동시 풍산읍 소산리 입구 공원에 세워진 청음 김상헌의 시조비.(사진 권기상 기자)
▲안동시 풍산읍 소산리 입구 공원에 세워진 청음 김상헌의 시조비.(사진 권기상 기자)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 동 말 동 하여라"

조선시대 병자호란이 발발하면서 청나라에 대항해 끝까지 싸울 것을 주장했던 청음 김상헌 선생이 안동시 풍산읍 소산리의 청원루에 머물다 청나라 심양으로 잡혀 가던 중 서울을 지나면서 지은 시조다.

소산리는 안동김씨 집성촌으로 500년을 이어오고 있는 마을이다. 원래 금산촌으로 불리다가 청음 선생이 낙향해 마을 뒷산인 소요산의 이름을 따서 고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마을인 만큼 많은 문화재가 있으며 그중 보호수가 지키고 있는 마을 입구의 삼구정이 유명하다.

▲안동시 풍산읍 소산리 입구 봉우리에 세워진 삼구정의 삼귀석(三龜石).(사진 권기상 기자)
▲안동시 풍산읍 소산리 입구 봉우리에 세워진 삼구정의 삼귀석(三龜石).(사진 권기상 기자)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213호인 삼구정은 정자 입구 좌측 뜰에 있는 고인돌 3개가 거북이가 엎드린 모양과 닮았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거북이는 장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청음의 고조부인 김영전 선생이 형제 두 분과 88세의 노모를 즐겁게 하고 장수를 기원하기 위해 건립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삼구정 안에 걸려 있는 현판에서도 건축 배경과 형제들의 지극한 효심을 찬미하는 내용으로 뒷받침되고 있다. 

그리고 수려한 주위 자연 경관과 더불어 한가로운 놀이와 휴식을 위한 정자의 특징으로 본다면 삼구정의 빼어난 풍경과 공간미도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는 청음이 동오(東吳)라고 불리는 낮은 봉우리 위에 우뚝 서 있는 삼구정에 올라 인근 경치를 돌아보고 삼구정팔경(三龜亭八景)을 정한 것만으로도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게 한다. 

▲안동시 풍산읍 소산리 입구 봉우리에 세워진 삼구정의 삼귀석.(사진 권기상 기자)
▲안동시 풍산읍 소산리 입구 봉우리에 세워진 삼구정의 삼귀석.(사진 권기상 기자)

이와 함께 삼구정을 지으면서 식재한 것으로 추정되는 수백년된 아름드리 소나무와 느티나무는 또 하나의 백미이다. 약 20여 그루의 송림에는 지난 1982년 보호수로 지정된 소나무가 있다. 수령 250년의 보호수는 나뭇가지가 아래쪽으로 향하고 있으며 매년 음력 1월 15일 액운 퇴치를 위한 고사를 지내기도 한다. 이를 입증하듯 옆 느티나무에는 재단과 함께 제기들이 놓이고 금줄이 쳐져 짐작하게 한다.

▲삼구정 주위에는 수백년된 소나무와 느티나무가 당산목 역할을 하고 있었다.(사진 권기상 기자)
▲삼구정 주위에는 수백년된 소나무와 느티나무가 당산목 역할을 하고 있었다.(사진 권기상 기자)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정월 대보름이 다가올 때 쯤 이장이 동민들 중에 그해 띠와 일치하는 사람을 제관으로 정하고, 그 사람들은 일주일 동안 밖에 나오지 않고 있다가 동제를 지낸다고 한다. 마을의 무사 안녕과 동민들의 길흉화복을 기원하는 당산목이었던 것이다.

▲안동시 풍산읍 소산리 삼구정 입구에 있는 보호수.(사진 권기상 기자)
▲안동시 풍산읍 소산리 삼구정 입구에 있는 보호수.(사진 권기상 기자)

지금은 줄어든 동민들로 인해 한 곳에서만 지내지만 예전에는 마을 뒷편 느티나무와 마을 앞 천방 위 버들나무에도 동제를 지냈다. 마을을 돌아보면 삼구정을 감싸고 있는 나무를 포함해 마을 앞뒤를 지키고 있는 수백년 된 나무들이 주민들을 지키는 수호신과도 같은 대상이었다.

▲삼구정 주위 수백년된 소나무와 느티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사진 권기상 기자)
▲삼구정 주위 수백년된 소나무와 느티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사진 권기상 기자)

삼구정에 오르려 돌계단을 따라 동오에 올라서면 길을 열어 주듯 비스듬히 솟아 있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갓을 비스듬히 쓴 모양새로 팔을 땅으로 느려 뜨린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치 삼구정으로 향하는 봉우리가 또 다른 공간으로 착각하게 할 정도다. 88세 어머니가 아침저녁으로 쉬면서 거북처럼 장수하기를 기원하는 아들의 효성스러운 마음이 삼구정에 이르는 길에서도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 나뿐만이 아닐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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