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木조木 보호수-1] 400년 향 품은 안막동 '향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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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木조木 보호수-1] 400년 향 품은 안막동 '향나무'
  • 권기상 기자
  • 승인 2023.02.10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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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주목을 받았던 창원 북부리 팽나무로 인해 마을 보호수들이 관심을 받고 있다. 마을의 보호수는 역사·문화적 요소가 응집된 문화유산이자 인문자원으로 정신적 휴식처이면서 치유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한 마을의 역사와 인물, 전설과 문화가 담겨 있는 보호수의 스토리를 연재해 안동의 새로운 콘텐츠로써 가치를 재조명 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안막동에 범석골 안동권씨 선산 표지목으로 있는 향나무.(사진 권기상 기자)
▲안막동에 범석골 안동권씨 선산 표지목으로 있는 향나무.(사진 권기상 기자)

- 보호수 지정번호 : 09-04-4, 
- 보호수 지정일자 : 2009년 2월 13일
- 나무 종류 : 향나무
- 수령 : 400년
- 나무 높이 : 5m
- 둘레 : 0.7m
- 소재지 : 안동시 안막동 253

안동시청에서 안막동 방향으로 가다보면 좌측으로 나오는 명륜터널 입구가 나온다. 다시 방향을 틀어 터널 입구로 향하면 오른쪽으로 가파른 골목길을 볼 수 있다. 산비탈을 따라 범석골 골목 길 끝지점에서 만날 수 있는 향나무는 안동권씨(安東權氏) 선산으로 오르는 오솔길 중간에서 표지목이자 수호목으로 선산을 지키고 있다.   

범석골은 예전에 주위 산에 숲이 우거져 호랑이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마을이어서 호소골이라고 칭했다. 호소골은 다시 범소골로 바뀌고 지금은 범석골로 불리고 있다. 풍문에는 이곳 지형이 호두형(虎頭形)이라고 해서 범소골로 불리기도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범석골 향나무는 호랑이로 대표되는 자연계와 조상신으로 대표되는 인간계가 만나는 지점의 상징물로도 볼 수 있다. 바로 여기부터 인간의 영역이라는 선언인 것이다.

▲안막동에 범석골 향나무 옆에 자리한 안동권씨 묘소 안내비석.(사진 권기상 기자)
▲안막동에 범석골 향나무 옆에 자리한 안동권씨 묘소 안내비석.(사진 권기상 기자)

우리나라에서는 예로 선조들은 향나무를 선산에 많이 심었다. 사람과 하늘을 연결해 주는 데에는 향나무만큼 좋은 매개물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산소 곁에 심을 뿐만 아니라 제사 때에 향불을 피우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옛사람들은 향나무 향이 속(俗)된 공간을 성(聖)스럽게 변화시킨다고 믿어서 향나무를 '청정(淸淨)'의 상징으로 여겼다고 한다. 궁궐이나 절집은 물론 옛 선비의 정원에서 향나무를 찾아볼 수 있는 것이 그런 이유에서다.

포털 다음 백과에서 기술하는 내용을 보면 왕이나 귀족의 전유물이었던 향이 일반화된 것은 종교의식에서 향을 피우면서부터다. 불교와 기독교 같은 종교의 발상지가 더운 지방이다. 많은 사람들이 종교 행사에 모이게 되면 땀 냄새가 가득할 수밖에 없어 냄새를 없애는 수단으로 향 피우기가 처음 시작됐다고 한다. 차츰 향은 부정(不淨)을 없애고 정신을 맑게 함으로써 천지신명과 연결하는 통로라고 생각해 종교의식에 빠지지 않았다.

▲범석골 향나무 몸통은 외과 수술 흔적이 확연함에도 400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사진 권기상 기자)
▲범석골 향나무 몸통은 외과 수술 흔적이 확연함에도 400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사진 권기상 기자)

측백나무과인 향나무가 우리나라에 처음 향 피우는 풍습이 들어온 것은 6세기 초 중국의 양나라를 통해서였다. 향나무는 태워서 향을 내는 것뿐만 아니라 발향이라 하여 부인들의 장신구, 점치는 도구, 염주 알 등에까지 널리 쓰이기도 했다. 그 외에도 나무 자체로 고급 조각재, 가구재, 불상, 관재 등으로 애용되기도 했다.

향나무는 늘푸른 바늘잎 큰나무로서 굵기가 한 아름이 훌쩍 넘는다. 잎은 어릴 때는 짧고 끝이 날카로운 바늘잎이 대부분이며, 손바닥에 가시가 박힐 정도로 단단하다. 그러나 10여 년이 지나면 바늘잎 이외에 찌르지 않는 비늘잎이 함께 생긴다.

향나무가 지키고 있는 안동권씨의 시조는 권행(權幸)으로 930년(고려 태조 13) 고창군(昌郡, 현재 안동시)에서 김선평(金宣平), 장길(張吉)과 함께 후백제군을 격파하였고 대상(大相)으로 임명된 고려의 개국 공신이었다. 고려 태조는 그의 전공을 치하하며 권씨 성을 하사했다고 한다. 이후 안동권씨는 안동을 중심으로 세거지를 확대했으며 향나무가 있는 선산은 안동권씨 15개 종파 중 동정공파 선영이다.

선산을 오르는 길 어귀에 서있는 뚝향나무는 오랜 세월 속에서 생긴 상처로 인해 외과 수술을 받은 흔적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무심히 산 아래를 바라보며 선산을 지키고 있는 모습이 사뭇 기개롭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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