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木조木 보호수-2] 대두서리 생명수 지켜 온 '향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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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木조木 보호수-2] 대두서리 생명수 지켜 온 '향나무'
  • 권기상 기자
  • 승인 2023.02.24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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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두서리 주민들, 우물물 정한수로 '2월 할매'에 빌기도

지난 2022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주목을 받았던 창원 북부리 팽나무로 인해 마을 보호수들이 관심을 받고 있다. 마을의 보호수는 역사·문화적 요소가 응집된 문화유산이자 인문자원으로 정신적 휴식처이면서 치유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한 마을의 역사와 인물, 전설과 문화가 담겨 있는 보호수의 스토리를 연재해 안동의 새로운 콘텐츠로써 가치를 재조명 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안동시 서후면 대두서리 441번지에 수령 300년의 향나무가 저멀리 학가산을 배경으로 마르지 않는 우물을 지키고 있다.(사진 권기상 기자)
▲안동시 서후면 대두서리 441번지에 수령 300년의 향나무가 저멀리 학가산을 배경으로 마르지 않는 우물을 지키고 있다.(사진 권기상 기자)

- 보호수 지정번호 : 11-14-4-10-1
- 보호수 지정일자 : 1987년 3월 10일
- 나무 종류 : 향나무
- 수령 : 300년
- 나무 높이 : 4m
- 둘레 : 1.1m
- 주소 : 안동시 서후면 대두서리 441

"매년 2월 초하룻날 새벽 되면 저 우물에서 물을 떠가 집에서 자식들 잘되고 아무일 없도록 기도하고 했어요. 정한수로 쓴 택이지요"

지난 23일 오후 안동시 서후면 대두서리 노인회관에서 만난 동네 어르신들이 마을 보호수인 향나무에 대해 묻자 우물부터 이야기했다.

"옛날에는 동네가 200호가 넘게 살았는데 이 우물 하나 가지고 다 먹었데요"라고 한 것처럼 마르지 않는 샘물은 사시사철 동네 주민들 삶을 지탱해 주는 중심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우물을 옆에서 우두커니 300여 년을 지켜내고 있는 나무는 우물 못지않은 존재였다. 

▲대두서리 주민들은 매년 2월 초하룻날 향나무가 지키고 있는 우물을 찾아 정한수 한 그릇을 떠 놓고 1년 동안의 무사안녕을 기도하기도 했다. (사진 권기상 기자)

약 36년 전 보호수로 지정된 대두서리 향나무는 가로 약 1m 남짓의 우물을 턱밑에 두고 두 갈래로 하늘을 향해 굵게 뻗어 있었다. 

향나무는 보통 독특한 나무 자체의 향기로 인해 제사때 사용하거나 조상 묘 앞에 심기도 하지만 우물 옆에 심는 것은 드문일이다.

혹자는 향나무가 우물가에 뿌리를 내려 물맛을 좋게 하는 쓰임새 있는 삶을 살아 온 듯하다고 추측했다. 우물가 향나무 뿌리가 우물로 흘러드는 물을 맑게 해 줄 뿐 아니라 나무의 향이 첨가돼 물맛이 좋아진다는 믿음으로 심은 것이라고...... 

이른 아침 생명과도 같은 깨긋하고 맛나는 물을 신에게 바치는 정갈하고 신성함을 생각한다면 일리가 없진 않다. 만약 쓰임새가 없었다면 지난 300년 동안 마을 주민들이 나무를 그냥 두진 않았을 것이다.

안동의 명산인 학가산이 뒤로 보이는 대두서리는 신라 때 큰 사찰인 도솔사가 있어서 한도솔, 한두실이라고 했다. 이후 음이 변해 대도솔, 대두실이라 했다. 그리고 고려 공민왕 때 개목산성을 쌓고 이곳에 소(所)를 두었다고 해서 대두소라고 하기도 했다. 그후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인근 오동정을 병합해 지금의 명칭이 됐다.

대두서리 향나무는 마을 중앙으로 들어가 마을회관 뒤 나지막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작은 개울을 옆에 끼고 끊임없이 솟는 우물과 함께 향나무가 뿌리 내린 자리는 우물가 돌담 틈이다.

한 그루의 나무가 편안히 뿌리내리고 살아가기에는 비탈면이 비좁아 보이지만 나무는 그렇게 300년을 넘게 지켜왔다. 나무 줄기는 밑동에서 둘로 나뉘어 넓게 벌어진 뒤 높이 4m까지 솟아올랐다. 줄기가 나뉘기 전인 뿌리 부분에서 잰 나무줄기의 둘레는 약1.2m쯤 됐다.

양쪽으로 벌어진 굵은 줄기는 각각의 또 다른 줄기를 만들어 몸을 비꼬며 활짝 핀 버섯처럼 사방으로 가지를 펼치고 있다. 멀리서 언듯 보면 작아 보이지만 가까이 나무 그늘에 들어서면 펼쳐진 가지들의 모습에 놀랄 정도이다. 

용틀임하듯 굽이치고 비틀며 솟아오른 나무의 기세와 긴세월 대두서리 마을 주민들이 지켜 온 우물과 나무의 세월에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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