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변의 시사풍경] 초·중·고 체육시설 상시 개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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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변의 시사풍경] 초·중·고 체육시설 상시 개방해야...
  • 권기상 기자
  • 승인 2023.06.0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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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안형진

역시 답은 현장에 있다. 고향 안동으로 돌아온지 4년이 좀 넘었다. 서울 서초동에서 변호사로 살면서 안동을 바라볼 때와는 달리 직접 살면서 겪어보니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조금씩 윤곽이 드러난다. 

그래서 선거 1년 전 쯤 서울에서 곽중에 내려온 무늬만 안동인 정치인들이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한계가 있고, 그래서 안동 발전이 정체되었구나라는 안타까움도 든다. 

우리 지역의 문제가 한두개가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아이들이 놀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서울은 각종 종합체육시설이나 수영, 탁구, 배드민턴, 스쿼시 등 청소년들이 이용할 수 있는 국공립, 사립 시설이 종목별로 다양하고, 풍부하다. 인구가 많으니 인프라를 지을 때 예산타당성이 높아서 예산이 우선 투입되는 경향도 있다. 

인프라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가르칠 스포츠 인력 또한 다양한 종목에 걸쳐 많다. 지자체나 가계의 경제 사정도 좋아서 아이들의 여가 활동에 대해서 돈을 투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반면 안동을 비롯한 경북 북부 지역의 실정은 어떠한가. 아이들이 놀 공간은 학교 운동장, 강변 정도가 전부이다. 

볼링장은 너무 재미 있어서 가고는 싶지만 비싸서 못간다는 아이들의 말을 들으면 가슴이 애리다. 비가 오는 날에는 놀 곳이 없어서 피씨방을 가거나 집에서 네트워크 게임을 한다. 그마저 피씨방을 가거나 게임 아이템을 살 용돈이 있는 경우에 그렇다. 

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축구나 농구를 할 수 없고, 탁구나 배드민턴을 치려고 해도 칠 곳이 없거나 비싸서 못간다. 

아파트 지하 공간이나 다리 밑에서 비를 피하며 옹기종기 모여 휴대폰만 보기도 한다. 아이들의 여가 활동에서도 드러난 양극화와 지역 격차를 목격하니 가슴이 아프고, 예산 1조 시대가 뭐다 자랑만 늘어놓는 정치권의 무능에 울화통이 치민다.

이런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으로 학교 운동장과 체육 시설을 상시 개방할 것을 제안한다.물론 학교 시설을 상시적으로 개방하기 힘든 이유도 있다. 개방할 경우 별도의 관리 비용과 인력이 필요하고, 안전사고에 대해 학교 측이 책임져야 할 수 있는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설을 개방하는 학교에 대하여는 충분한 인센티브를 지원해야 한다. 시설을 신축하는 것보다는 기존 시설을 활용하도록 하고,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이 훨씬 예산 효율적이다. 

실례로 구리시는 「구리시 학교 체육시설 개방 지원 조례」를 지난 2022년 10월 28일 제정해서 시행하고 있고, 서울시도 최근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이 발의한 「서울 초·중·고등학교 체육시설 개방 지원 조례안」이 지난 2일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 

이에 한걸음 더 나아가 탁구채 등을 대여하고, 강사 인력을 배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예산이 부족하다고 변명하지만 저 멀리 골짜기에 국제컨벤션센터 짓고, 길 파헤치는 것보다는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한참 뛰어놀 아이들이, 집안 형편이 어렵다고 못 놀고, 지역에 산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현실이 서글프다. 정치인들의 광고를 보면 건설, 토목 공약만 있고, 아이들 공약은 없어서 더욱 답답하다. 

이제 아이들에게 놀 공간을 만들어 주자. 그 첫 걸음으로 학교 체육시설과 기자재의 개방, 강사 배치를 위한 지자체의 충분한 지원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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