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air-conditio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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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air-conditioner)
  • 김규태 기자
  • 승인 2012.10.08 16:4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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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동 기고문

지하철을 타면 늘 신문을 봤고 아마 이후도 계속 그런 습관을 유지할 것이라며 내 스스로 ‘지하철 꼴통’ 이란 별명을 붙인 글을 지난해에 쓴 적이 있다. 오늘(2012.7.25)은 그 두 번째로 또 다른 꼴통 단상을 적어 본다.

▲ 김휘동
지금 전국적으로 폭염경보가 발령된 상태다. 밀양 36.7도, 안동 34,7도…… 내일은 가장 높은 곳이 37도가 될 것이라 한다. 매스컴에서 전해주는 특보에 의하면 시간마다 수은주의 기록은 연일 갱신하고 있다.

따라서 전력사용 또한 최절정(pike)으로 오늘(7.25) 오후 2시15분 현재 전국 예비 전력률이 5.1%인 376만KW로 아슬아슬한 고비를 넘기고 있다는 가슴조이는 소식이 있었다. 그나마 국제 유가 급등으로 인해 지난해부터 전 국민적 절전운동을 해 온 것이 위기 극복에 적잖은 도움이 되었으리라 판단된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인지 예비 전력량에 근접한 320만kw를 절감함으로써 전력대란의 고비를 겨우 넘기고 있다는 소식은 다소나마 위안이 되기도 한다.

천문학적인 에너지 절전 계수 속에는 내가 비지땀을 흘리며 아껴서 보텐 털끝만한 아주 작은 계수가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조그마한 자부심을 가지며 내 이야기를 소개한다.

나는 여태까지 단독 주택 8번, 아파트 10번을 옮겨 다닌 유랑 족 같은 삶을 살았던 것 같다. 도시 생활에서 더운 여름을 무사히 지나려면 에어컨이 필수적이라 생각하지만 내 삶의 보금자리에는 여태껏 한 번도 에어컨을 설치한 적이 없다.

국민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여름철 에어컨 냉방시설이 보편화되었음에도 고집스럽게 이를 아예 외면하는 나의 태도에 아이들과 가족들의 원성도 꽤 높았으나 워낙 오래 습관이 되다 보니 이제는 모두 거명조차 하지 않는다. 오히려 출가한 3자녀들이 내 뜻에 함께 동참해 주고 있으니 퍽 다행스런 일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내가 공직 생활을 하던 시절, 옮겨 다니던 사무실 마다 에어컨 시설이 완비 되어 있어도 특수한 경우를 제외 하고는 사용하지 않았다. 함께 근무했던 동료 직원들의 불평과 불만이 극도에 달했을 것을 생각하면 너무 심했다는 생각에 지금도 미안한 마음 금할 길 없다.

당시 삼복더위에 집무실을 방문한 손님들은 예외 없이 땀을 뻘뻘 흘리며 “아휴~ 너무 덥다” 고 불만스러운 말씀을 할 때도 나는 너털웃음으로 “더울 때는 땀을 쭉 빼는 것이 건강에 아주 좋습니다.”라고 농담으로 분위를 바꾸며 곤혹스러웠던 순간을 피해가던 하나의 습관화 된 기억이 새롭게 떠오른다.

지난밤에도 열대야로 잠을 설친 시민들이 계곡으로 강가로 정자나무 밑으로 더위를 피해 다니던 떠들썩했던 전국 방방곡곡 피서 풍경이 아침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열대야로 잠을 이루지 못한 경우는 없다. 잠들기 30분전(밤 10시 30분경), 냉수로 10여 분 샤워로 더위에 지친 몸을 싸늘하게 식히고 물기를 말끔히 닦은 상태에서 잠이 들면 더위를 모르고 마치 신선이 노니다 깨어 날아가는 듯 상쾌한 기분으로 새벽잠에서 깨어난다.

▲ 영월 상동 이끼 계곡에서
이와 같은 흔하디흔한 피서 방법을 한두 번이 아니게 자랑 하는 것이 여름철의 흔한 나의 일화가 되기도 했다. 들판의 나무그늘이나 혹은 차가운 시냇물 속에서 가끔 불어오는 자연 바람인 대자연의 선풍기로 여름을 보내던 두메산골 농촌생활의 자연습관에 흠뻑 젖어있었기에 문명의 이기를 거부하는지도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처음에는 에어컨 문화의 거부감에서 출발했으나 설사 설치하려해도 경제적 사정 또한 만만치 않았다. 훌쩍 세월을 지나며 이제는 모든 것을 초월하여 내 일생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하나의 신념으로 굳어져 버렸다.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보편적 상식을 벗어나 홀로 외곬수의 돌출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흔히 ‘꼴통’이라 지칭한다. 그러나 내 비록 세인들로부터 ‘꼴통’이라는 핀잔과 조롱을 받는다 해도 부끄러움을 감내하고 영원한 ‘에어컨 꼴통’으로 남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에너지절약에 작지만 일조를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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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두 2012-10-09 14:25:53
시장님!
귀거래사를 논하지 않더라도 편한한 일상 아주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존경합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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