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사투리 - 젊은이들을 향한 인격 존중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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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사투리 - 젊은이들을 향한 인격 존중의 언어
  • 오경숙 기자
  • 승인 2013.05.03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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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동 기고문
▲ 김휘동

결혼해서 시집온 아랫동서를 영원한 새댁으로 호칭하는 안동 언어문화의 예를 자랑스럽게 소개한 적이 있다. 이와 같은 표현의 연장선에서 나이든 분들이 젊은이들을 호칭할 때 사용하는 몇 가지 예를 들어보려 한다.

결혼해서 시집간 딸이 가끔씩 친정으로 다니러 오면 안동사람들은 딸을 부를 때 사돈(사위)댁의 성씨를 인용 ‘김실’이 ‘박실’이 ‘권실’이로 호칭할 뿐 아니라 반 경어를 사용해왔다. 예컨대 ‘이명순’이라는 처녀가 박씨 집안으로 결혼해 갔으면 친정아버지가 자기 딸을 호칭(부를 경우)할 경우 “‘박실’이 오래 만이구나. ‘박실’이가 얼굴이 화사해진 것을 보니 박 서방이 잘 돌보아 주는 모양이지”라는 표현을 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그 말 속에는 사돈댁과 사위의 경어와 함께 당당한 독립된 딸 가정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결혼한 딸아이 이름을 그대로 ‘명순아’, 또는 ‘○○ 엄마’하고 부르는 요즘 모습과는 어쩐지 언어의 품위가 다르게 느껴진다. 한편 자기 아들과 며느리를 호칭할 경우도 ‘○○ 아빠’ ‘○○ 엄마’라고 손자 손녀의 이름이 함께 들어가는데 상대를 부르며 아이 이름까지 함께 호칭하는 것은 고려해 보아야 할 호칭이 아닌가 생각되어진다.

노인 세대들은 흔히들 ‘애비’ ‘에미’ 라는 표현을 잘 사용한다. “‘애비’는 어디 갔느냐?” “‘에미’ 는 식사 했느냐?”라는 비록 단순하게 들리는 호칭이나 아들 딸, 며느리를 부르는 애칭으로 표현되고 있다.

또 아들이나 딸 자신의 자녀를 제외한 다른 젊은이들을 호칭할 때는 반경어를 사용한다. “이 사람아! 자네들은 그렇게 하면 안 되네. 이리 오게. 반찬은 변변치 않지만 많이 드시게” 나이든 분들이 젊은이들에게 쓰는 반경어의 인격 존중 표현으로 이보다 더 좋은 표현이 또 있을까? 보수성이 강하다는 안동지역 언어문화에서도 자세히 들어다 보면 인용할 수 있는 자랑스러운 모습들은 많다.

이러한 것은 사소한 것처럼 느낄 수 있지만 오랜 세월동안 비록 손아랫사람일망정 정중하게 대하는 안동의 품위가 달려 있는 언어습관이다. 이러한 사소한 것일지라도 꾸준히 찾고 가꾸어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지혜로 활용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2013. 4. 7)

글 / 솔바위 김 휘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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