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는 지역주민의 자치 주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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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는 지역주민의 자치 주권이다
  • 오경숙 기자
  • 승인 2013.01.09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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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동 기고문

▲ 김휘동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하고 의사를 소통하기위하여 표현하는 소리나 문자를 언어라고 한다. 사람은 각 지방마다 약간의 색다른 언어를 사용하며 그 사회집단의 구성원으로 또는 문화를 꽃피워가는 참여자로서 주체의식을 갖게 된다.

그런데 1936년에 정해 1988년에 개정된 ‘표준어’는 서울중심 언어문화의 고정된 틀이다. 다른 지역이나 지방에서 사용되는 수천 년 동안 그 지역의 정서와 감정이 깃들어 있는 토착 언어들은 사투리 또는 방언(方言)이라 하여 터부시하고 멸시하기 시작했다.

이로부터 사투리는 틀린 것, 촌스러운 것, 시골사람들이 쓰는 말로 고착화 되어온 사회인식 때문에 긴 역사 속에 형성 되어온 지역민들의 고유한 말(사투리)을 쓰는 사람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이대로 가면 향후 20~30년 후에는 사투리가 사라지고 서울 중심의 표준어만 남는 다는 전망치가 나오고 있다.

더욱 우리를 당황하게 하는 것은 어느 미래학자의 예측에 의하면 앞으로 100년 후가 되면 지구상의 대부분의 언어가 모두 사라지고 강대국의 몇 개 언어만 존재한다고 한다. 결국 언어마저 힘의 논리가 지배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인구 756만에 면적은 우리나라 남한의 반 정도(4만1천Km₂)에 불과한 작은 나라 스위스는 4개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는 다민족 국가이다. 그러한 작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독어, 불어, 이탈리아, 로망슈 어-토속어 등 4개 언어를 국가 공식 언어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는 스위스의 예를 보더라도 사투리는 그 지역 주민의 고유한 언어 주권이라는 의식을 다시 한번 새롭게 유념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만약 TV나 라디오 대담 형태의 프로그램(토크 쇼)에서 사투리를 전연 사용하지 않고 매끄러운 서울말과 표준화된 악센트만 사용한다면 그 프로그램은 얼마나 무미건조할까?

안동에서는 2009년 11월에 처음으로 안동문화원 주관으로 안동 사투리 경연대회를 개최하였다. 적어도 안동사람이라면 지역의 말이 촌스럽고 격이 낮은 사투리라는 생각을 버리고 이를 잘 가꾸고 다듬어 또 하나의 삶의 문화로 계승해 나가야할 필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서이다.

그 후부터 매년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 사투리대회는 폭소를 자아내는 한마당 행사로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투리가 변 방어, 촌뜨기 말이라는 인식에서 탈피하고 언어의 주권의식을 심어주어 지역민들로부터 사투리에 대한 자긍심을 일깨워주려 하는 것이다.

흔히들 ‘안동 껑꺼이’ 라고 이름난 안동 사투리의 진미 몇 토막을 소개하고자 한다.

① 할배~껴

젊은 사람이 나이(연세) 많은 할아버지를 만나면 정중하게 예의를 갖추어 “할배~껴” 하는 인사말이 있다.

“그래 잘 있다”라고 대답 하는 할아버지의 흐뭇한 표정에서 흡족함을 느낄 수 있다. 표준어로 “할아버지 안녕하셨습니까?”하는 11자의 긴 인사말 보다 3자로“ 할배~껴”로 끝내는 짧은 말 속에는 존경하는 마음과 정성스러움 또 안부를 함축한 정이 가득 담긴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이 얼마나 간결한 언어인가? 이것이 바로 사투리의 진면목의 하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할매~껴”, “아제~껴” “아지매~껴“도 이와 동일한 방식의 정겨운 안동 사투리이다.

② 이래 보시더

새해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나 평소 나이 많은 분들이 계시는 장소에 들어가면 엎드려 인사(절)를 하게 된다. 이때 들어가는 분이나 앉아있는 분 중에서 “이래 보시더” 라고 좌중에 말하면 모두가 함께 맞절을 교환하게 된다. 원래 실내에서 엎드려 인사를 할 때에는 정장(한복 포함)을 하고 바른 자세를 갖추어 한 분 한분 인사하는 것이 예의이나 옷차림도 입은 그대로 특별한 격식이나 몸가짐 없이 모두가 함께 인사를 하자고 제의하는 표현이다.

“이래 보시더”라는 사투리를 표준어로 표현하면 “이런 상태로 그대로 인사 합시다”의 뜻이다. 막상 이렇게 표준어로 풀어놓으니까 도리어 얼마나 어색한가?

의복이나 몸가짐 태도나 행태에 구애 받지 않고 그대로 인사의 뜻을 내포하고 있는 그 깊고 넓은 의미를 모두 지니고 있는 것이 진정한 사투리의 자랑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③ 왜 이카(시)니껴

이 사투리는 다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정도를 벗어난 엉뚱한 행동이나 말을 듣게 되면 상대를 질책하거나 책망할 때 “ 왜 이카시니껴” 라는 말을 사용한다.

또 여러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서 특정인에 대해 칭찬과 함깨 과도한 자랑을 하게 되면 화재의 주인공은 퍽 민망하고 당혹스럽게 생각하면서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하여 “선배! (형님, 어른) 왜 이카(시)니껴” 하면서 순간적으로 곤혹스러움을 모면하는 말로 쓰게 된다. 이 사투리를 표준어로 바꾸면 “왜 당치도 않는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하는 뜻을 내포하고 하고 있다.

④ 새댁

나이 80세의 할매(할머니)가 아랫동서(남편 동생의 부인)인 70세의 할머니를 부를 때 “새댁” 이라고 부른다. 안동의 문화를 모르는 다른 지역 사람들이 들으면 참으로 기가 차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호칭이다.

결혼하여 시집온 여자에게 누구나 새댁(새색시)이라고 호칭한다. 그러나 나이가 중년을 넘어 서면서 일반적으로 새댁(새색시)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나 안동지방에서는 윗동서가 아래동서를 부를 때 사용하는 ‘새댁’이란 표현은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살아있는 동안 사용하는 호칭이다. 윗분이 아래 동서를 배려하는 의미와 함께 상대방은 그 ‘새댁’ 소리가 그렇게도 즐겁고 시집 올 때 그 시절을 연상하게 한다하니 이 또한 사투리의 진미 중의 하나가 아닌가 한다.

⑤ ‘선생’과 ‘선생님’

우리 일상생활에서 상대방을 잘 모르거나 처음 보는 사람에게

배려와 존중의 표현으로 “○○○ 선생님”으로 호칭한다. 이런 호칭은 상대방에게도 싫지 않은 인상을 주게 되므로 오늘날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안동 지방에는 옛 선비의 성함을 기록하거나(문집포함) 대화 시에는 ‘님’자를 제외한 ‘○○○ 선생’으로 호칭한다. 예를 들어 퇴계(이황) 선생 농암(이현보) 선생 서애(류성룡) 선생……. 등으로 호칭하거나 표기한다.

간혹 타 지방 분들이 대화 시에 “퇴계 선생님께서…….”라고 님 자를 넣어 표현하거나 표기함으로써 오히려 안동 사람들의 의아한 시선을 받게 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살아 계시는 분들께는 ‘선생님’, 돌아가신 분들께는 ‘선생’으로 호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와 같은 사투리는 그 지방민의 고유한 전통이요 언어 주권이라고 상기시키려 한다.

선진 일류국가를 지향하는 국가정책에 발맞추어 중앙집권적 틀에서 모든 국민이 사용하는 표준어도 물론 필요하고 이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각 지방마다 사용하는 언어 역시 그 지역의 오랜 역사와 문화적 전통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정겨운 우리말임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서울말 중심의 단순한 표준어 정책에서 벗어나 지방 언어의 다양성과 지역 주민이 주도하는 언어주권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인간은 저마다 언어를 통해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간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문화의 시대’라는 21세기, 각 지방마다 스며 전해오는 지역의 언어야말로 다양하고 더없이 소중한 대한민국의 훌륭한 문화자산이 아닐까.

글 / 솔바위 김 휘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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