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결에 듣다 -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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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결에 듣다 - 희망
  • 오경숙 기자
  • 승인 2013.03.06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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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 속에 있어도 웅크리고 있어도 바람결에 느껴지는 빛의 흔적-

 
유난히도 추운 겨울이 지나갔다.
가다 다시 오곤 하던 꽃샘추위도 3월이 되니 누그러지고 추위로 인해 늦어진 매화의 꽃봉오리들은 신호만 주면 일제히 피어날 듯 준비하고 있다. 추위에 웅크린 내 마음 때문에 느끼고 보지 못했던 주변의 자연들도 곳곳에서 파란 머리들을 내밀고 바람은 이미 그 속에 따뜻함을 품었다.
마당 주변을 돌아보며 땅을 살펴보면 쑥, 냉이, 달래, 쑥부쟁이 등등 이름도 잘 모르는 수많은 풀들이 귀엽게 자라나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자리 잡은 땅이 누구의 땅인지, 위치가 어디인지 별 상관하지 않고 그 상황에 순응할 것이며, 앞으로도 당당하고 무성하게 봄과 여름, 가을을 지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자라나게 해주는 이 땅과 대자연에 감사하며 그들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자라나는 풀들이 있는가 하면 인간이 필요로 하는 목적에 의해 작위적으로 심겨진 식물들도 있다. 이곳에는 땅의 효율을 최대로 하기위해 감나무 밑에 취나물이 자라고 녹차가 있으며 고사리가 자란다. 처음에는 그 광경이 너무도 이상하여 (사실 지금도 감나무에 친 약성분이 아래의 식물들에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을 한다) 이곳의 취나물과 녹차와 고사리 먹기가 심히 거북하였다. 심하게 무럭무럭 잘 자란 식물들에 친근감이 가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 환경에 최대한 적응한 죄 밖에 없으리라.
그 필요한 식물들은 철저하게 땅과 주인이 정해져 있다. 사실 세상에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먹거리가 되려면 이렇게 키우고 영양을 주고 재배를 해야 할 것이다. 내가 먹는 수많은 음식들도 그런 과정으로 나의 입으로 들어오는 것들이니 말이다.
대형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수많은 종류의 식물들은 잘 포장되어 판매가 되고 있다. 우리는 장바구니에 이것저것을 담으며 구매를 한다. 정당한 댓가를 치르고 있다고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밥을 먹으면서도 농부의 땀방울을 생각하라고 한다. 물론 그 말도 옳다. 하지만 농부의 정성이 우리가 느껴야할 전부일까. 옷을 사서 입으면서도 옷값을 지불한다. 그러면 당연히 내 옷이 된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우리는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것들에 정당한 지불을 하고 있는 것인가.
우리가 한 시도 없으면 안되는 공기에 대한 값을 지불하고 있는가. 생명 그 자체를 있게 하는 대지에 값을 치르고 있는가. 우리가 쓰는 물도 물세를 내고 있으니 정당하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비와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대자연에 진정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 손지아
하지만 누구도 이 모든 것을 댓가 없이 주는 대자연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진 않는다.
대자연과 이 땅에 대한 경외심과 감사함이 없으니 당연히 파괴하고 당연히 누리며 당연히 오염시킴에 있어 어떤 가책도 느끼지 않고 그 안엔 오직 경제적 논리만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한순간에 앗아갈 수 있는 자연을 우리는 너무 고통스럽게 하고 있는데 자연은 역시 어머니의 마음인가.
그래도 다시 봄을 오게 하고 생명을 키워내며 그늘에 있는 식물조차도 햇살을 느끼며 자랄 수 있도록 희망을 보여준다.
점점... 힘들어 지지만 아직도 햇살과 바람은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오늘, 그 희망을 나도 이마에 쬐며 내 마음도 햇살에 말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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