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게 보이려 하지 않고 이곳에서 영생을 꿈꾸지 않는다.
꽃 속에 감추어진 진실을 풀기위해 난 마르고 여위여 간다.>

겨울이다.
올 겨울은 유난히 눈이 많이 오고 굉장히 춥다.
모든 것이 말라서 갈 곳으로 가버린 길을 홀로 걷다가 아궁이에서 연기가 나는 집을 바라본다. 시골 집 한켠에 말려진 구절초들.
그들은 지금 그렇게 바싹 마른 채로 매달려 있지만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가을 길을 아름답게 해주었던 멋진 꽃이었다. 그 때의 그도 구절초이고 지금 저 바싹 말라있는 그도 구절초이다. 또 어쩌면 도덕경의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 처럼 굳이 구절초라 이름 하지 않아도 그는 상관없을 것이다.
그것보다 지금 그렇게 매달린 채, 꽃으로 피었다가 바싹 마른 미라 상태가 된 자신의 이유에 대해서 느끼고 알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구절초의 삶은 꽃이 절정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는 그렇게 마르고 여위어 가면서 자신에 대해서 알아가고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안다. 구절초의 효능을.
구절초 꽃으로 차를 마시면 그 향이 절묘하여 기분을 맑고 정갈하게 해준다. 그리고 또한 해독작용, 해열작용, 항바이러스작용, 항균, 감기, 고혈압, 위장병 등등 이렇게 구절초는 수많은 재주를 지녀 사람들을 이롭게 한다.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식물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좋은 사람에게 보탬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들의 삶은 한 해, 좀 더 길어야 몇 해인데 그 기간 동안 그들 보다 영성이 높은 존재, 즉 사람에게 좋은 마음으로 쓰여 지는 것이 그들이 다음에 태어나는 진화의 사이클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 시간을 좀 더 확장하면 그 개념은 인간에게도 적용이 될 것이다.
생명을 지닌 인간이 지닌 가장 꽃다운 젊은 시기가 지나고 진정 아름다운 시기는 어떤 외모가 아니라 그 사람이 지닌 삶의 태도일 것이다.

그러한 삶을 살면 우리도 좀 더 진화된 모습으로 남지 않을까.
아직은 나 또한 그렇게 살지 못하고 여전히 이기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마음 한켠 이러한 상념을 넣어두고 가끔씩 꺼내어 내가 살아가면서 길을 잃을 때 작은 이정표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
눈이 녹지 않은 겨울,
오늘은 따뜻하고 맑은 구절초 차를 마셔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