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결에 듣다 -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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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결에 듣다 - 여유
  • 오경숙 기자
  • 승인 2012.08.07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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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아 에세이

<참된 스승의 모습은 온 우주에 존재하는 것이며 먼지 한 알에도 진리가 담겨있는 것입니다. 이 세상의 참된 스승, 즉 우주만물에 대하여 감사하는 경건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살아가면서 참 많이 접했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모래 한 알에도 우주가 있다는 뭐 그런.......
하지만 그러한 말들이 마음에 공명을 주지는 못했는지 나는 별다른 변화 없이 도시에서의 삶을 관성대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떠한 계기로 하동에서 시골 생활을 하게 되면서 좀 더 자연을 피부로 느끼며 살아가는 환경이 되었고, 점차 그러한 말들이 실제 느낌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산책을 하며 걷다 보면 아주 작은 곤충들이 얼마나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고 있는지, 너무나 작고 단순해 보이지만 이 우주에서 자신의 역할을 잘 찾아서 제 모양의 퍼즐을 맞추고 있는지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 밥풀만한 작은 꽃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너무도 섬세하게 제각각 아름답다.
그들을 바라보는 산책이라는 시간은 나에겐 새롭게 생긴 하나의 여유다.
시골이라고 그들에게 환경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농번기의 시골은 농약과 제초제 등으로 인간 뿐 아니라 경제적 관점에서 선택되지 못한 많은 생명들이 고초를 겪기도 하는 시기다.
그저 멀리서 바라다 볼 땐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실제 그 그림 속으로 들어와 보면 현실과 삶이 엄연히 존재한다. 밖에서 바라다 보이는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선 또한 삶에서 그것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으로 다가오게 된다.

▲ 손지아
내 작품의 소재들도 그러하다.
아주 작은 곤충이 화면에 커다랗게 배치되고 작은 꽃들도 확대되어 있다.
이러한 구도는 그들이 지닌 물리적인 크기가 아닌 존재가 지닌 가치에 기인한다. 작아 보이지만 너무나 큰 존재인, 어찌 보면 아직 태어나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하지 못하는 나보다 더 큰 존재인 그들에 대한 경외심, 그리고 그들을 키우고 보듬는 지구를 향한 존경이기도 하다.
이제야 먼지 한 알 속에 있는 진리가 조금씩 느껴지는 것 같다.
더운 여름, 일찍 열리는 아침 하늘은 고요 속에서 유난히 멀고 푸르러 보인다.
그 하늘을 바라보며 되뇌이는 요즘 생긴 습관 하나,
‘오늘도 지구와 그 가족의 안위를 기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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